소프라노 김도희, 스티븐스 20분간 열창 청중 사로잡아
시애틀 한인사회와 미 주류사회가 음악으로 하나되는 연례 ‘머킬티오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올해도 수준높은 연주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며 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고(故) 안성진 목사 가족이 7일 밤 린우드의 트리니티 루터란교회에서 개최한
제 23회 콘서트는 예년처럼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 가운데 소프라노 김도희씨와 바리톤 찰스 스티븐스의 열창이 최고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김씨가 비올레타와 스티븐슨이 제르몽 역을 맡아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2막1장에 나오는
유명한 듀엣을 20여분간 열창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제르몽이 자기
딸과 삼각관계인 화류계 여성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양보하도록 강요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지난달 시애틀의 리릭
오페라단이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에서도 똑같은 역을 맡았었다.
김씨는 이에 앞서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나는 살고싶어’를 독창했고, 스티븐스는 찬송가 ‘I wonder as I wander’와 ‘거룩한 성’을 불렀다.
이날 콘서트는 첼리스트 신해윤의 독주(바흐 프레루드)로 막을 올렸다. 류 제인,
김 클로, 이영민 등 꼬마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안성진 작사, 박재훈 작곡의 ‘그 사랑이 고마워’ 등을 3중주로 연주해 박수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크리스 메이슨이 지휘하는 시애틀 어린이 합창단의 ‘아리오소’ 그룹(12~18세, 20명)이 각국 캐롤을 메들리로 선사했고, 박관빈‧클레어 브레스나한(바이올린), 제시카 재스퍼(비올라), 신해윤(첼로)이 ‘공화국 전송가’를 현악 4중주로 연주했다.
이들 현악팀은 러시아계 피아니스트
나탈랴 아게예바와 함께 앤튼 어렌스키의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해 또다른 하일라이트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은 시애틀 어린이합창단과 청중 전원이 크리스마스
캐롤 ‘저 들 밖에 한밤중에’ ‘기쁘다 구주오셨네’를 제창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머킬티오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아동문학가였던 고 안
목사를 추모하기 위해 가족이 1993년 미국인 이웃들을 위한 감사음악회로 시작됐다. 안 목사의 외손자이며 줄리아드 음대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인
박관빈씨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초기에는 한인 음악가들이 많이 출연했으나 점차로 미국인 음악가들의 출연이
늘어나 주류사회 음악회로 자리를 굳혔다. 이날 콘서트에서도 출연진의 90%가 미국인 음악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