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 18번홀.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보기 퍼팅을 성공한 순간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졌고 동료들도 그린으로 나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박인비가 여자골프 '전설'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사마미시의 사할리 골프클럽(파71·662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 헌액에 필요한 27포인트를 충족해 개인 10시즌 출전만을 남겨 놓았던 박인비는 이날 1라운드를 마치면서 올 시즌 10번째 대회 출전을 인정받아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공식 가입했다.
박인비는 경기를 마친 후 "많은 전설들과 선후배, 가족들의 축하를 받아 행복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쁘다. 부상이 있을 때 격려해준 분들이 많아 큰 힘이 됐다. 다시 빛이 드리워지는 느낌이고 이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은 지난 1951년 창설된 이래 지난해까지 24명의 입회자를 배출했다. 박인비는 지난 2007년 박세리 이후 9년만에 입성하는 선수다. 한국인으로서도 두 번째의 대업이다. 만 27세10개월28일의 나이는 박세리(만29세8개월11일)를 뛰어넘는 역대 최연소 기록이기도 하다.
메이저대회 우승 2점, 일반대회 우승 1점, 시즌 타이틀 1점 등으로 환산되는 점수를 27점이나 쌓아야 하고 이중 메이저 타이틀과 시즌 타이틀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 한 시즌 최소 10개 대회에 나서 10년간의 선수생활을 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는 단 3명이었다. 2003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005년 캐리 웹(호주), 2007년 박세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후 9년간 '전설'의 반열에 오를 만한 업적을 세운 선수는 없었다.
박인비는 시작부터 화려했다. 2년차이던 2008년 US 오픈을 역대 최연소(19년11개월6일)의 나이로 제패하면서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이후 긴 슬럼프가 이어졌다. 일본투어에서는 우승이 있었지만 LPGA투어에서는 좀처럼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오른 스타덤이 오히려 부담감으로 연결됐다.
박인비가 투어 두 번째 우승을 기록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지금은 남편이 된 남기협 코치를 만나 안정감을 찾았고 기량도 살아났다. 두 번째 우승 이후로는 '최강'의 위용을 보였다.
2012년 2승을 추가한 박인비는 2013년 무려 5승을 쓸어담았다.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 오픈까지 메이저 3연승을 달리며 한 시즌 4개 메이저석권(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기까지 했다.
2014년에도 메이저대회 1승을 포함해 3승을 보탠 박인비는 지난해 또 한 번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역대 세 번째로 단일 메이저 3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세웠고 리코 브리티시 오픈에서는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베어 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받아 27점을 채웠다.
그리고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올 시즌, 박인비는 4연패의 대업에 도전하는 동시에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확정지으며 또 다른 '전설'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