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장수는
연장된 기회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만수무강 하십시오.” 이런 말들이 덕담이 되는 것은 물론 장수를
복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장수가 복이 되는 이유는 그 장수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란 무엇인가를 얻고, 무엇인가를 누리고, 무엇인가를 깨닫는 때 일 것입니다. 오래 살기 때문에 겪는 좋은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수하기 때문에 전에 보지 못한 절경을 관광할 수 있다든가, 예전에 먹어보지 못한 진미를 즐길 수 있다든가, 후손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든가, 날로 새로워지는 문명과 문화의 변화를 겪어볼 수 있는 것 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를 창조하시고 그 인류의 구원을 경륜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이유 때문에 장수의 기회를 주신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여러 해
전에 세상을 떠난 L이라는 목사님이 임종을 며칠 앞두고 필자에게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분은 59세가 될 때까지 전도사로 있다가 60세에 목사 안수를 받고 4년 동안 목회를 하다가 불치의 병으로
소천하였습니다.
그 분은 전도사 시절에 담임 목사나 교회에 불만을 품은 장로나 집사들과 동조하면서 그들과
함께 담임 목사를 비판도 하고 이런저런 건의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죽음을 앞에 두고 깊이 뉘우친 후회는, 그 분이 목사가 되어 교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다 보니
과거 전도사시절 자신이 담임 목사에게 깊은 생각 없이 했던 말과 행동이 담임 목사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 주었는지를 뼛속 깊이 뉘우치게
되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로님, 나
담임목사 되어보지 않고 세상을 떠났더라면 내가 지은 큰 죄 하나를 깨닫지도 못하고 회개하지도 못한 채 하나님 앞에 설 뻔했어요. 정말 큰일날 뻔 했지요.”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그 분이 담임목사로 시무한 60대 초반의 몇
년은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의 죄과를 절실히 깨닫고 회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김형석 교수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에 그 분이 전도집회 인도차 브라질에 갔을
때, 3일간의 집회를 은혜롭게 마치고 새벽 1시 비행기편으로
귀국하게 되었는데, 목사님과 여러 교인들이 모두 헤어지기 섭섭하여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남은 그 시간에
인근에 있는 공원에서 담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저쪽 나무 밑에서 일행
중 한 노인이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유신정권 당시 정권에 반항하다가 브라질로 쫓겨온 70대 후반의 전직 고급공무원이었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고국을 떠나
이역 만리에서 망향의 고통과 외로움을 겪고 있던 중 지성과 신앙을 겸비한 김 교수의 설교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의미와 구원의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울음을 자제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가 부축을 받으며 김 교수 앞에 와 앉아서
털어놓은 간증입니다.
“내가 이 나이에 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새로운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하나님을 발견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늘의 이 감격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분의 70대 중반은 인생을 새 출발하는 놀라운 기회가 되었던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L목사님이 자신의 죄과를 절실하게
깨닫고 회개할 수 있었던 그 기회는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맛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와는 비교가 안될 것입니다.
전직 고급공무원이 70대 후반에 깨달은 진리와 하나님을 발견한 그
기회는 자손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변화해가는 사회상을 겪어보는 기회와는 비교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를
조금이라도 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로 하늘나라에 초대하시기 위해 꺼져가는 이 육신의 등불도 끄지 않으시고 기회로 주신 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격스러운지요.
생각해보면 인생은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기회입니다. 그
중에서도 장수를 누리는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라고 믿습니다.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