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UW) 한국학 도서관의 월례 교양 프로그램인 ‘북:소리’(Booksori)의 올해 첫 행사가 ‘명 철학강의’로 꾸며져 그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명한 신학자이자 목사인 정재현 교수(연세대 신학대)가 지난 11일 ‘행복의 역설’이란 주제로 이끈 ‘북:소리’는 일본 동경대 교수 출신인 강상중의 저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책은 현 시대 사람들이 직면한 삶의 조건과 의미를 묻고
고민하면서 다시금 생과 행복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문교양 서적이지만 심각한 고민과 사색을
요구하는 삶과 행복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는 책이다.
정 교수는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중세로부터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신(神) 이상의 단계로 까지 넘보는 근세 및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불리는 현대 등에서 차지하는 철학과
문명사를 압축해서 진단했다.
정 교수는 “근세를 지배했던 과학 스스로가 한계를 선언한 이후 현대는 바로
소외ㆍ절망ㆍ불안 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하고 “현대에서 ‘인생의 의미’는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됐다”고 설명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저자인
강씨는 “행복이란 결국 자기를 찾는 것인데, 자기를 찾는 것은 자기를
잊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 교수도 “보통 사람들이 삶을 대단한 것으로 보는 데서 많은 경우 자신에게
강박으로 다가온다”며 “이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는 방편의 하나는 바로
‘삶을 그저 그렇게 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삶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기보다 ‘그저 그렇게’ 혹은 ‘있는 그대로’ 봄으로 인해 아주 평범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감사가 곧 행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학은 인간학이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하게 하리라> 등 우수 학술도서의 저자이기도 한 정 교수는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간혹 사치이거나 과잉일 수도 있다”면서 “행복의 조건은 ‘없지 않고 현재 있다는’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