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영상 목적 위한 필요한 범위…지배권 방어 목적 아냐"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 있어"
법원이 KCGI(강성부펀드)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주발행은 상법 및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식회사가 자본시장 여건에 따라 필요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이로써 경영효율성 및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봐 제3자 배정방식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그 신주발행이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곧바로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회사가 내세우는 경영상 목적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제3자 배정방식의 신주발행은 상법을 위반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한진칼의 신주발행이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와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재정상 위기를 타개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한진칼이 판단한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라고 봤다.
또 산업은행을 주요 주주로 확보해 자체 재무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항공사 통합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신주발행이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통해 극심한 재무상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나항공에 긴급하게 대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발행을 추진한 것은 합리적 경영 판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 등 주주연합이 제시한 대안적 거래 방식들은 충분한 대안이라고 볼 수 없고, 힌잔칼의 신주발행 결정은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신주발행이 진행될 경우 주주연합이 당초 예상했던 한진칼에 대한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해 신주발행이 한진칼의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CGI 주주연합 측은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정에서 조 회장 측은 회사의 존립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며, 적법한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KCGI 측은 조 회장 측이 합병에 대한 찬부와 별개로 신주발행이 위법하고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반박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와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 투자를 유치, 총 8000억원을 확보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마중물로 쓸 계획이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KCGI는 산은의 투자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이른바 '3자 주주연합'을 구성,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3자 연합은 현재 한진칼 지분 약 46%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KCGI 측은 산은이 참여하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