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감염·염증 등 비심장질환의 원인이 더 큰 영향 줬을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 중 중증 환자들이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보다 부정맥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부정맥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기 보단 코로나19로 투병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들에서 발생하는 심장마비와 부정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전신에 질환을 앓게 되면서 발생 빈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같은 날 미국 부정맥학회 학회지인 '심장 리듬'(Heart Rhythm)에 게재 됐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전기 자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심장이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느리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이다. 만약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갑작스런 심장기능상실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돌연사의 90%가 부정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심혈관질환이나 전신질환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부정맥도 발생한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에서 높은 심장 부정맥 발병률이 관찰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 중 44%가 부정맥을 겪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은 일반 코로나19 입원 환자들에 비해 심정지 또는 심장박동 장애를 겪을 확률이 10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3월 6일에서 5월 19일까지 펜실베니아 대학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환자 700명을 대상으로 심장마비 및 부정맥 위험과 발생률을 평가했다.
연구에 앞서 우선 환자들의 활력징후(바이탈)와 치료기록을 기록한 뒤 기본적인 심장병, 당뇨 및 만성 신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 또는 심장 원격 측정기나 임상적인 기록을 평가했다.
환자들은 평균 50세로 남성이 45%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환자 비율이 71%를 차지했다.
부정맥이 발생한 53명의 환자들 중 9명은 심정지를 경험했고, 치료가 필요한 심방세동 환자가 25명 그리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부정맥 환자가 9명 그리고 비지속성 심실빈맥이 나타난 환자가 10명이었다.
입원환자 700명 중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전체 환자들의 11% 수준이었으며 나머지 입원 환자에선 누구도 심장마비를 겪지 않았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인구 통계학적 및 임상적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다른 입원환자들에 비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에서 심장마비 및 부정맥 발생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에 일부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심정지와 부정맥은 온전히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결과가 아닌 심각한 전신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모든 코로나19 환자들에서 부정맥 발생률이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는 달리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한 질환 자체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거나 느린 심장 박동이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다 30초 이내에 증상이 사라지는 비지속성 심실빈맥 등과 같은 부정맥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라이아트 데오 펜실베니아대 의과대학 심장 전기생리학 교수는 "코로나19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장박동 이상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체내의 다양한 기관에 어떠한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손상되거나 감염된 심장세포보다 전신감염, 염증 등 비심장질환의 원인이 심장마비와 부정맥 발생에 더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단일 센터에서 진행돼 일반화시키기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데오 교수는 "심장 부정맥이 코로나19 입원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 동안 환자들의 안정적인 심박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항응고요법 연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