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나로부터
탈피
매일
누가 이처럼 온몸으로 환영할 수 있단 말인가. 차고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쏜살같이 뛰어나가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을 반기는 코코의 모습이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다. 정말 귀엽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차례 뜨거운 환영행사를 받고 문안으로
들어오는 남편의 가방을 아무 말없이 받아 든다. 보는 게 인사지 싶었지만, 남편은 아닌 모양이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느냐고 말을 꺼낸다. 그저 그랬다고 무심코 던져놓고 속으로 아차 싶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열정이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강아지처럼 두 팔 벌려 포옹하며 반기지는 못해도, 좀 더 따뜻하게 남편을 맞이할 무엇인가 있을 텐데 그것이 잘 안 된다. 자신이
생각해도 애교 없는 여자다.
이렇듯 살갑지 않은 인사버릇은 남편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반가운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놓고 “어서 와.”라거나 “어서 오세요.” 라는
단순한 인사로밖에 환영 못하는 나.
우리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첫 대면의 인상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면접시험이나 첫 데이트 날에 온갖 신경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첫인상 못지않게, 늘 만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은 코코가 우리 집에 오고부터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매일 온몸으로 반기는 환영인사가 큰 몫을 했으리라.
엄마는
내가 집에 돌아가면 늘 마당까지 뛰어나와 “어서 오너라 내 새끼” 하고
안아 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친구에게도 그렇게 온몸으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엄마는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그렇게 요란하게 맞이해주시는 엄마가
거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 친구들을 만나면 늘 엄마 안부를 묻는다. 따뜻하게 반겨주시던 우리 엄마 생각이 난다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하나, 둘 교실을 빠져나가면서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라고 인사할 때 “그래 잘 가. 즐거운 주말 보내!” 이런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고 있는데, 옆방 선생님은 학생들을 하나하나 포옹 하면서, “그래, 다음 주에 보자. 00이 오늘 정말 잘했어.” 라고 등을 토닥거려준다. 친절하고 매력적인 선생님이다.
매월
한 번씩 모이는 단체에서 늘 소녀 같은 해맑은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분이 있다. 그 미소 때문에
그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인지 닮고 싶다.
일상에서
나누는 작은 인사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작은 것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까운 사이여서, 늘 만나기 때문에라는
핑계로 가족은 물론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표현을 소홀히 해왔음을 시인한다. 또 그것을 무뚝뚝한
내 성격 탓으로 돌려버렸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성격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알았다는 것은 머리를 끄덕이는 일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16년은 무뚝뚝한 나로부터 탈피다!
벌써, 거울 앞에 선 또 다른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