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자녀 양육비
예수보다 닷새나 긴 45일을 단식하며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지난주 엉뚱한 문제로 갑자기 궁지에 몰렸다. 이혼한 부인에게 유민이의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비난이 빗발쳤다. 아버지 노릇을 못한 김씨가 세월호 참사로 딸이 죽자 마치 부성애의 화신처럼 처신하는 건 속 보인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혼당시 실직상황이었기 때문에
두 딸의 양육비를 못 줬지만 직장을 잡은 후에는 제대로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증빙자료로 일부 예금통장까지 제시했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 등 어느 누구의 만류도 듣지 않았던 김씨는 아이러니하게도 10대인 둘째
딸 유나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이틀 전 단식을 끝냈다.
김씨의 양육비 시비가 한국의 인터넷
포털들을 달구고 있을 때 시애틀에서도 자녀 양육비가 문제로 대두됐다.
시애틀이 낀 킹 카운티 주민의 양육비가 전국 최고수준이라고 시애틀타임스가
크게 보도했다.
자녀 한명의 양육비가 부부가구 소득의 15%를 점유해
전국평균(7%)의 2배를 넘을뿐더러 소득의 52%를 양육비에 쏟아 붓는 편부모도 있다고 했다.
미국의 중산층 부부가 작년에 태어난
아기를 18세까지 키우려면 평균 24만5,340달러가 든다는 내용의
연례 양육비 보고서를 연방농업부(USDA)가 지난주 발표했다. 향후18년간 인플레를 감안하면 실제 양육비는 30만4,480달러로 늘어난다.
음식비, 탁아비, 주거비, 의료비 등은 계산됐지만 부모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대학등록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USDA가 처음 양육비
보고서를 낸 1960년엔 18년간의 자녀부양비가 ‘단돈’2만5,230달러였다.
2013년 금액으로
환산하면 19만8,560달러이다. 지난 43년간 양육비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탁아소 비용과 K~12(유치원~고교) 교육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960년대 전체 양육비의 2%에 불과했던 이들 두 분야의 지출이2013년엔 18%까지 늘어났다.
미국에서 0~18세 자녀양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곳은 뉴욕 맨해튼(540,514달러)이다.
그 뒤 10위까지 호놀룰루($429.635), 샌프란시스코($402,112), 뉴욕 브루클린($400,951), 하와이 힐로($369,559), 샌호세($363,807), 남가주 오렌지카운티($353,801), 워싱턴DC($342,522), 북가주 오클랜드($337,477), 알래스카 페어뱅크스($33만4,562)가 차례로 잇는다.
자녀를 기르며 느끼는 부모의 사랑과
기쁨과 보람은 양육비 따위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순전히 금전적으로만 따지면 자녀는 낳을수록 손해라는 수전노 이론도 있다.
만약 부부가 작년에 아기를 낳지 않고 0~18세 양육비로 쓰일 24만5,340달러를 주식에 투자하면 18년 후 최소106만8,918달러에서 최고 164만4,897달러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단다.
자녀양육비 문제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심각하다. 이혼자인 김영오씨를 혼쭐낸 건 차치하고 정상부부들까지 움츠러들게 만든다. 한국인은 대개 자녀양육
책임한계를 18세가 아닌 결혼 때까지 잡는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그 비용을
약 3억원(2010년)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자녀양육비는 1인당 GDP($45,674)의 5배지만 한국의 경우($27,133)는 그9배이다.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모두 포기하는 ‘삼포세대’라는 말도 생겨났다.
한국의 출산율은 전 세계 224개 국가 중 219위이고 OECD 국가 중에선 꼴찌다.
그 첫 번째 원인이 바로 자녀양육비 부담이다. 그 양육비 중 38%를 차지하는 것이 과도한 학원 강습료 등 교육비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자녀양육비라는 말 자체가 치사하다. 자녀부양은 인간만이 아닌 모든 동물의 본능적 당위이다. 돈으로 따질 성질이 아니다.
김영오씨의 경우도 양육비 시비보다는 그가 두 딸을 진실로 사랑했는지, 아버지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줬는지, 성장과정에서 롤모델이 돼 줬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아버지의 사랑은 양육비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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