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배 주 워싱턴주 전북 대표
**워싱턴주에 파견돼 2년 동안 근무를 한 뒤 최근 귀국한 박형배 주 워싱턴주 전북대표(국장급)가 한인사회 작별 인사와 소회를 시애틀N에 보내왔다./편집자註
워싱턴주를 떠나며
2년 전 가랑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2월의 어느 날,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이 저의 워싱턴주 생활은 그렇게 쓸쓸하게 시작됐습니다.
이국의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작은 호텔방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거처를 구하기 위해 온종일 뛰어다니기에 바빴습니다.
다행히
한 분의 도움으로 2주 만에 어렵게 집을 구할 수 있었고,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이것저것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나서야 시애틀의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때 처음 보았던 레이니어, 그 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을 찾아가면서 워싱턴주와 전라북도의 자매교류 활성화라는 본연의 업무를 시작했지만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때 활발했던 교류는 6년 이상 교류가 중단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여러 기관, 단체를 방문해 협조를
구했지만, 관심도 부족했고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없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고민은 깊어져만 갔습니다.
그런 가운데 뜻밖의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외교부 초청으로 워싱턴주지사가 서울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자매교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국 방문시 전주 방문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틀간의 너무 짧은 일정 탓에 주정부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 5개월여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벌였고, 시애틀총영사관도
많은 도움을 주면서 짧은 일정이나마 전주 방문이 성사됐습니다.
워싱턴주지사의 전북 방문은 역대 세 번째이지만 오랜 단절 끝에 어렵게 성사된 만큼 전라북도는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공식 환영행사, 전주 한옥마을 방문은 물론 의전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썼고, 특히 송하진 전북 도지사와 제이 인슬리 주지사는 단번에 의기투합을 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서예가인 송 지사께서 합죽선 위에 직접 그려 선물한‘We
can do the hard things’라는 작품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발전상과 어우러져 인슬리 주지사께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주지사는 이후 집무실에서 많은 직원들에게 이를 소개했고,
2016년 워싱턴주 한인의 날 행사에는 직접 들고 나와 소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주지사의 전북방문은 한인사회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이듬해 전북 도지사의 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때마침 자매교류 2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해 전라북도가 워싱턴주를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50여명의
한인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인슬리 주지사께서 직접 주 청사앞 계단 밑까지 내려와 주지사 관용차에서 내리는 도지사를 영접하면서 공식행사는 시작됐습니다. 대표단 공식회담, 단독회담, 기념식수, 한국전 참전비 참배와 함께 주지사 관저 공식 환영오찬은 주정부에서 이례적으로 보여준 환영행사의 백미였습니다.
자매교류 활성화를 위한 양 정부간 협약식이 많은 한인지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고, 이를 기념해 로툰다 홀에서 개최된 전북국악원 공연은 한국문화의 정수를 보여줬습니다.
이어 개최된 동포 간담회는 2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뤄 전라북도와 한인사회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라북도는 자매교류 지역에 대한 우정의 선물로 총영사관저 리셉션룸 한스타일
리모델링, 한국 전통문화 전시회, 세차례에 걸친 도립국악원
공연 등 풍성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타코마 교육청과 학생교류 협약식,
워싱턴대학과 탄소산업 공동연구 협약 등 교류 확대를 위한 계기도 마련됐습니다.
전북지사의 방문 이후 자매교류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자매교류 위원회, 대한부인회, 호남향우회, 피어스칼리지, 워싱턴주 대한체육회 등 많은 단체에서 전북을 방문했고, 올해도 시애틀
한인회 등 많은 단체가 전북 방문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는 전주 상공회의소, 전북 창조경제 혁신센터와 협약식을 맺고, 이를 통해 전북 중소기업의
미국진출 계기를 만들어 내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타코마교육청은 올 여름부터 첫 번째 학생교류단을
보낼 예정이고, 워싱턴주 한미여성회에서도 전북의 다문화 가정 초청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피어스 칼리지는 전북과학대와 협약식을 맺었고 1월 초부터 전북과학대
학생 11명이 와서 연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8월에는 전주에
친선경기를 위해 야구단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전북도도 시애틀한인회 시페어 행사, 타코마 한인회 광복절 행사에 후원을 하였고, 총영사관 주최 한미
복합소재 포럼에 2회에 걸쳐 참여했으며, 대표단을 수 차례
파견하는 등 한인사회의 증가된 관심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자매교류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되고 확대될 것입니다. 또한 한인사회를 넘어 주류사회까지도 확대될 수 있도록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 많은 일들이 추진될 것입니다. 이 많은 일들은 모두 동포사회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따뜻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동포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있는 한 자매교류는 계속되고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파견을 마치고 복귀하는 담당자로서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주지사를 포함한 5개 단체에서 제게 주신 감사패는 자매교류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어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시애틀 공항을 떠난 귀국행 항공기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많은 분들이 제게 보내주신
애정과 응원입니다. 한 달여 이어진 환송과 초대가 말해주듯, 지금의
시애틀은 저에겐 무척이나 쓸쓸했던 2년 전 그 시애틀이 더 이상 아닙니다. 언제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반겨줄 이 많은, 그리운 고향 같은 곳이 될 것입니다.
워싱턴주에서 맺은 수많은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본국에 돌아갑니다. 이 인연들이 워싱턴주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