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시크교도인 총격에 이민단체 등 우려
용의자, 시크교도를 무슬림으로 착각했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무슬림 등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애틀지역에서
인도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인의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용의자는 “네
나라로 돌아가라”(Go back to your own country)라고 고함을 지른 뒤 총을 쏜 것으로
파악돼 시애틀지역에서 인종혐오 범죄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8시께 켄트 SE 108가20200블럭에 있는 한 가정집 앞길에서 차를 정비하고 있던 시크교도인인 딥 라이(39)씨에게
얼굴 아래쪽을 가린 백인 남성이 다가와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친 뒤 총격을 가하고 달아났다. 이 총격으로 라이씨는 팔에 총을 맞았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와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라이씨는 “백인이
다가와 둘 사이에 잠깐 언쟁이 벌어졌으며 이후 그가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친 뒤 총을 쏘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을 하려다 시비가 붙자 통상적으로 외국인을 향한 언행으로 범행을 했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시크교도인 점으로 미뤄 인종혐오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도 범인 색출 등 수사에 나선 상태다.
시크교도인 남성들은 항상 머리에 터번을 쓰고 생활하기에 겉모습에서 종교적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나며
특히 이슬람교도로 오해를 받기가 쉬워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시크교는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힌두교의 믿음과 사랑을
의미하는 ‘신애(信愛)’신앙과
이슬람교의 신비사상(神秘思想)이 융합되어 탄생한 종교로서
현재 신도만 전세계적으로 2,300만명에 달하는 세계 5대
종교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수양 등을 중시하는 종교이며 인도 출신 이민자를 중심으로 미국에만 50만명의 시크교도인이 있으며 시애틀지역에서는 켄트에 5만여명이 집단으로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애틀지역에서 시크교도에 대한 총격 범행이 발생함에
따라 이 같은 인종혐오 범죄가 무슬림이나 아시안 등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서는 최근 10일 사이에 인도인과 인도계 미국인 등이 3차례 피격을 당해 인도 정부 등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인과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계 주민들은 지난 5일 벨뷰에서
인종혐오범죄 규탄을 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피켓 등을 들고 반이민행정명령의 중단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