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전씨(워싱턴주 커클랜드)
우정을 생각하며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친구간의 우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내 자신 역시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살면 살수록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국에서의 친구보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맺은 우정이 많다 보니 그들과 맺고 지내온 우정이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많지 않은 한인 친구들과의 우정이 형성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너무나도 쉽게 우정을 깨뜨리는 일까지 보게 되면서 그야말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더욱 실감나게 된다.
어쩌면 친구간의
우정은 연인간의 사랑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부부도 연인도
눈에 콩깍지가 씌웠을 때는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나누던 말도 금이 가면 그것을 꼬투리로 잡아 미워하게 된다. 사랑하는 부부나 연인은 서로
뜻이 달라 서로 토닥거리지만 결국 끝내는 상대방의 허물까지 덮어가면서 포옹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법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얼마나 있을까. 친구 간의 우정도 부부나 연인처럼 서로 감싸주고 포옹할 수는 없을까.
결국은 자신의 욕심 때문이겠지만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좁은
이민 사회에서 상대방이 했던 말이라도 다른 사람이 들어서 기분 나쁜 말은 삼가하고 가려서 해야 할텐데, 하지도
않은 말까지 보태고 부풀려서 전하는 경우 그 우정은 결국 깨지고 만다. 물론 극소수겠지만 그런 거짓된
말 때문에 우정이 깨지는 경우를 수 차례 봐왔다. 아무래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의 인격에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좁은 이민 사회에서
자신의 명예나 출세를 위한 한 두 사람 때문에 여러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지 않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욕심과 시기, 그리고 질투심 때문에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소중한 우정에 금이 가지 않기를 바란다.
선의의 거짓말은 이해될 수 있지만 자신을 위해 거짓을 쉽게 말하고 우정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는 안된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소중한 우정의 나무를 가꿔가는 한인 사회가 됐으면 한다.
신의나 신뢰를 바탕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겉과
속이 투명한 위로와 충고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길 바란다. 그런 만남을
위해 오늘 하루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슬비가 내리는 시애틀에서 테이블에 차 한잔 같이 놓고 창 밖을 내다보며 커피 한 잔 같이 마실 친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