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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세월호 희생자 영정 앞에 바칩니다 (弔)

내 새끼들

내 새끼들

내가 못나

너희들을 잃었구나

대책 없는 팽목항

태반 뜯겨나간 배를 움켜쥐고

통곡하는 우리 민족이여

꽃필 계절 사월의 한가운데

봉우리째 떨어진

손 귀한 나라의 귀한 아이들

너무 착해서

너무 말 잘 들어서

자신의 생명이

45도 기울어져도

어른 말만 따르고

90도가 기울어져도

나라만 믿고

배 밑창이 물 위로 내미는

개벽이 일어났는데

들려오는 원망 없이

소리칠 시간도 없이

숨 막혀 오는 초를 다투며

바닷물 뚫고 보내온

문자 메시지들

“엄마 사랑해...”

“엄마 보고 싶어…”

무심한 팽목항

침몰하는 세월만 탓하고

사람은 울어도

강산은 덤덤하구나

“전원 구조!”

나팔수들의 나팔소리 드높을 때

잿빛 물 속

최후의 몸부림에

손가락은 부러지고

손톱은 피멍 들고

내 새끼들

너희는 흙에도 묻히지 마라

너희는 부모의 가슴에도 묻히지 마라

오로지 산 자의 수고로

우리의 숨결에 살아있으라

가슴 치며

남아 있는 친구들과

새날을 세워갈

동생들을 위하여

지킴이로 살아있으라

이제 너희는 바다다

이제 너희는 바다다

대한의 어린 희생이 없도록

삼면으로 지켜줄 바다다

출렁이는 파도를 보면

너희의 원통함으로 알리라

서풍이 일면

엄마 찾는 그리움으로 알리라

내 새끼들…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팽목항을 박차지 못하는

양심의 나약함 들을

기다려라

너희 친구가 시대의 주인이 되고

역사를 이끌어

침몰한 너희 넋이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날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어디든 가리

그날이 올 때까지

수면에 별로 뜨는

너희 눈빛은

밤길 잃은 팽목항의

등대가 되리라

**<내 새끼들>이란 세월호 추모시는 고경호 시인이 지난 17일 열린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 및 세월호 추모식에 낭송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