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씨, 프레드 마이어 앞에 뒀다 감쪽같이 피해
캐나다~미국~아르헨티나까지 종주할 꿈 무산 위기
포틀랜드 현지인 6일 오후 6시 APEX에서 즉석 모금
캐나다에서 미국을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자전거로 종단하려던 한국의 20대 청년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자전거를 도난 당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군대를 제대한후 2년 가까이 푼 돈을 모아 지난 5월 27일 미주 종단에 나선 주인공은 김민형(26)씨. 사람 만나는 것과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경비를 아끼려고 김포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간 뒤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가 에드먼튼에서부터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미국의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을 거쳐 1년여 만에 아르헨티나까지
모두 16개국을 통과할 계획이었다. 가능하면 쿠바도 찾아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넓고 넓은 세상을 보면서 자신의 꿈과 비전을 키울 생각이었다.
자전거 앞에 태극기를 꽂고 여행 중 캠핑하며 찍은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과 사람 이야기 등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그는 캐나다를 출발해 워싱턴주를 거쳐 35일간 2,400km를
달린 뒤 지난달 30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그곳에 사는 아는 형을 만나 회포를 풀려고 밤 10시께 과자와 캔맥주 등을 사기 위해 포틀랜드
호손 블러버드에 있는 프레드 마이어에 갔다.
형과 함께 자전거 거치대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매장을 들러 10분 만에 돌아와보니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옆에 묶어 둔
형의 자전거는 멀쩡했다. 누군가가 강력한 절단기로 자물쇠를 자르고 자전거를 훔쳐간 것이다.
자전거에 실려 있던 노트북, 텐트,
옷, 캠핌장비, 책, 음식 등도 없어졌다. 김씨가 몸에 소지했던 여권, 지갑, 카메라만 무사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다른 매장 출구로 나온 줄 알았다. 내가
부주의한 점도 있지만 미국에서 남의 자전거를 이렇게 쉽게 훔쳐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개탄했다.
김씨는 “자전거를 잃어버려 꼼짝 못하고 포틀랜드에 머물면서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며
“자책과 슬픔, 원망이 가득하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제가 꿈꿔왔던 자전거 미주 종단의 꿈이 35일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일단 현지에서 자전거 구입 등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포틀랜드 경찰도 도난 당한 자전거의 사진을 웹사이트에 공개한 후 시민들에게 제보(503-823-3333)를 당부했다.
이같은 안타까운 소식들이 포틀랜드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자전거 타기나 여행을 좋아하는 포틀랜드 주민들이 6일 오후 6시 포틀랜드 펍인 APEX에서 즉석 모금 운동을 벌여 그가 자전거와 노트북, 텐트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다시 종주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다.
APEX 주소: 1216 SE Division Portland, OR 97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