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넓고도 크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 나갔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등산을 갔을 때 숨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어도
정상을 눈앞에 두고서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 정상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장성해서 세계로 여행을 해보니 과연 이 세상이 얼마나 크고도 신비한 것인가 하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구 소련은 소련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소아시아는 소아시아대로 유럽은 유럽대로 각기 그 특색이 선명하고 가는 곳마다
역시 특이한 귀중품이 넘쳐 났다.
1970년 프랑스의 한 유명 잡지사가 세계의 명인 100명을 중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 황실에 보관돼 있다는 100캐럿짜리 신비의 다이아몬드나 중국에 있는 많은
역사적 보물들 중에 뽑힐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2위로
선택된 세계 최대 보물은 뜻밖에도 밀로의 비너스상이었다. 2,000여 년이나 땅 속에 묻혀 있다 이
땅에 그 모습을 드러냈던 팔 없는 불구 조각상 하나가 이처럼 놀라운 영화를 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가치는 실로 아는 사람만이 아는 신비로운 걸작품이다. 기원전 100년경에 만들어져 1820년 시글라드 섬에서 발견되기까지 2,000여 년을 땅 속에서 묻혀 있었으나 지금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있기 있는 코스에 소장되어 있는
걸작 중 걸작이다.
비너스상은 비록 두 팔이 떨어져 나가고 없어도 그 탄력 있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운
선의 조화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신비감을 불러오는 놀라운 작품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귀해 1등으로 뽑힌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세마포’였다. 2,000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발하고 퇴색된 그 보잘것없는 삼배 조각이
어떻게 이 세상에서 가장 보배롭고 진귀한 보물로 선택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예수님
때문이다.
그것은 예수님의 정결하신 몸을 감쌌던 것이요, 그
주님께서 부활하시고 난 다음에는 부활의 산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마포가 이태리의 트리노
성당에 몇 겹의 유리로 만든 특수 상자에 보관돼 왔었는데 몇 년 전 거기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며 목숨을 걸고 들어가 꺼내 온
것이 바로 이 세마포였다고 한다. 그만큼 이 세마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의 불쌍한 인류들에게 천상의 삶을 보장하시고 죄로 죽어 지옥 형벌을 받아 마땅한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그 정결하신 몸을 드려 산제물이 되셨던 주님을 감싸고 있었던 세마포는 진실로 이 세상의 그 어떤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임에 틀림없다.
배우 멜 깁슨이 사비 2,5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The
Passion of the Christ>(예수님의 수난)란 영화가 전세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어 돌아가시기 직전 12시간
내의 사건들을 복음서를 중심으로 생생하게 재현하였는데 주님께서 당하신 그 고난의 현장을 재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1주일 만에 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수입을 만들어 내는 것만 봐도 전 세계인들이 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왜 이런 역사가 일어났을까? 그것은 바로
예수님 때문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잔인하고도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지셨던 것이다. 피가 낭자한 상처 난 몸을 감쌌던 베옷이 바로 ‘세마포’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보배로운 귀중품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다.
지금 믿는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로 삼고
있는지? 차제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행여나 진정
값지다고 품고 있는 그것이 생의 마지막 날에 너무나도 초라한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