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오레곤 벧엘장로교회 담임)
성탄절과 주현절을 지내며
성탄 주간과 새해에 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가 그립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 베들레헴 마을에 들어갈 여관도 없어서 가축들이 사는 마구간에 태어나신 예수님을 묵상하기에 적절한 날씨라고 생각됩니다.
성탄절을 12월 25일로 정한 것은 초대교회 교부들이었습니다. 교부들이란 사도들을 계승한 교회 지도자들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제사장 사가랴의 아내 엘리사벳이 세례요한을 임신한 지 6개월이 되었을 때 예수님을 임신한 마리아를 만난 것을 토대로 성탄을 12월 25일로 정했습니다.
특히 요한 크리소스톰의 다음의 주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사장 사가랴가 속죄일 임무를 수행한 직후인 9월 25일에 세례요한이 잉태되었으므로 예수의 잉태시기는 9월에서 6개월이 지난 이듬해 3월 25일이 됩니다. 이 수태고지일(3월25일)에서 다시 임신 기간 9개월을 더하면 우리 주가 태어나신 12월 25일입니다.”
이처럼 크리스소톰을 포함한 교부들은 성탄일을 정하기 위해 최대한 성경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편 로마의 달력에서 12월 25일은 태양에서 지구가 가장 먼 동지였습니다. 지금은 22일이 동지였지만 당시는 천문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25일을 동지로 여겼던 것입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어둔 세상의 빛으로 오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에게 빛인 예수님이 1년 중 가장 낮이 짧았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에 태어나셨다는 사실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방 정교회에서는 성탄절보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고 동방박사들의 방문이 있었다고 여겨지는 1월 6일을 더 중시하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주현절 (Epiphany)라고 명칭하고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 교회가 중시하는 성탄절이든 혹은 동방 교회가 강조하는 주현절이든 중요한 것은 이 날들은 이 땅에 우리 죄를 용서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관습과 전통을 떠나서 그 정신으로 미루어 보건데 가장 낮은 곳에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하나님의 사랑과 겸손을 묵상하게 하는 두 절기는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