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식 駐코스타리카 대사
<시애틀총영사관을 거쳐 현재 駐코스타리카 대사로 근무하고 있는 윤찬식 대사가 9월7일 '푸른 하늘을 위한 청정대기의 날'을 맞아 코스타리카 일간지인 '델피노 코스타리카에 스페인어로 기고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 게재합니다/편집자註>
청정 대기를 위한 변명과 새로운 연금술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던 시절, 푸른 하늘과 밤하늘의 은하수를 친구삼아 대화하였던 필자의 자화상은 항상 nostalgia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그리스 신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Carl Sagan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별(starstuff)에서 태어났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친구들을 아무데서나 보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인류의 욕망과 개발을 위한 monolithic 발걸음은 너무 빨랐고, 이젠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기후위기와 생태용량 적자(biocapacity deficit)로 인해, 인류 최후의 대결전이라는 아마겟돈(Armageddon) 시기가 된 듯하다.
그 중에서 대기오염 청구서가 너무 비싼 시대가 되었다. 전문 모니터 기관 IQ Air에 따르면, 해마다 대기오염으로 약 700만명이 사망하고 세계인 구의 91%는 WHO(세계보건기구) 대기질 가이드라인 수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지적한 대로, 현대는 위험사회(risk society)다. 산업화의 성공은 대기 오염의 세계화를 자초했다. 산업사회에서 대기오염은 가장 전형적으로 만들어진 위험(manufactured risks)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인류 스스로 자초한 위험의 보편성은 매우 아프고, 역설적이다.
오늘, 9월7일은 유엔이 지정한 제1회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이다. 2019년 대한민국이 발의하고 코스타리카, 미국 등 22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동참하여 유엔총회 컨센서스로 결의안이 채택되었다(undocs.org/en/A/RES/74/212).
이 결의는 유해 화학물질과 공기, 물, 토양 오염에 기인한 사망과 질병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대기의 질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대기의 질이 사람들의 건강, 일상생활, 그리고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강조한다.
과거 신선한 공기는 무한히 공짜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공짜(자유재)가 아니다. 지켜내어야 할 값비싼 자원(경제재)이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하는 것은 모두의 인권이고, 인간 안보 문제이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구의 가늠자가 되었다. 특히 미래세대 지구의 아들.딸들을 위해.
코스타리카는 유엔이 수여한 '2019 지구챔피언'이다. 99% 재생에너지 생산 수준은 아방가르드(avant-garde)라고 할수 있다. '탈탄소 계획 2050'도 선언하였다. 사하라 사막의 미세먼지가 대서양을 횡단하여 코스타리카까지 도달한다는 생태학적 관찰과 환경감수성에는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한국도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창설하였고, 최근 경제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그린 뉴딜과 외교를 천명하였다. 이렇듯 강력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긴급 기후행동(urgent actions)이 요구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 탄생 이전 Gaia(대지의 여신), Uranus(하늘의 신), Pontus(바다의 신)는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기도 하였으나, 기본적으로는 공존하였다.
오늘날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인류의 건강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우리의 지구는 땅-하늘-바다 간의 불가분의 삼각협력을 쟁취해 내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연금술(alchemy)을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