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삶이 아름다운
사람
자신이 배부를 때 배고픈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이 행복할 때 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이 건강할 때 병든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이 신자일 때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을 생각해 줄 아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 같은 한 아름다운 사람이 67세의 일기로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신종현 장로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1997년 9월 선교 목적으로 4명의
동료들과 함께 밀가루 80톤을 싣고 북한 나진-선봉에 들어갔다
굶주리며 사는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빵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친구 한 명과 함께 은행에서
융자를 내고 한인교회에 호소해 모금을 통해 3만2,000달러에
해당하는 빵 기계를 마련해 나진시 당국과 빵공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그는 주변 동료 6명과 함께 만나선교회를 조직하고 하루 빵 3,000개씩을 생산해
나진시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자신의 생업이었던 미용재료상도 뒤로
하고 오로지 북한에서 굶주리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혼신을 다 쏟아 부었다.
그로 인해 잘되던
사업도 부진해지자 자신의 마지막 남은 집마저도 처분해 나진에 진료소를 건립하는데 썼다. 비록 이 세상에서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가난하고 병든 그들을 돕는 일은 언제나 가슴 뜨거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1999년부터 빵 생산량이 하루 1만5,000개씩으로 늘어났지만 사람이 빵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은 수많은 질병에 노출돼 있었고 각종 질병으로 엄청 고생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폐결핵으로 죽어 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 본 신 장로는 또 다시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약을 공급해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4년여에 걸친 홍보와 모금 운동을 펼친 끝에 미국 자선단체들과 손이 닿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약 200만 달러 어치의 의약품을 공급받아 북한에 전달하는 성과를 냈다.
용기를
얻은 신 장로는 이제는 종합진료소를 세워야겠다는 꿈을 갖고 또 다시 미국, 한국과 중국의 조선족을 상대로
은퇴한 의사들과 의료선교에 뜻을 둔 의사들을 찾아 다니며 호소해 마침내 연건평 1,400여평에 30개의 진료병동을 갖춘 신흥종합진료소를 완공하게 됐다.
현재 이
진료소에는 북한 의료진 10여명과 20여명의 조선족 의료진이
상주하며 봉사하고 있다. 이러한 사랑과 희생과 노력으로 그들을 친 가족과 같이 보살피며 지내게 되니
나진 선봉에서는 “장로님”으로 통할 정도로 그들과 친숙하게 됐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심장마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것이다. 이렇듯 신 장로의 생애는 60년
동안의 긴 삶보다 후반부 7년 동안의 짧은 삶이 더 많이 그를 대변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선한 사마리아인의 삶을 살았던 까닭이다. 자신을 위해 사는 삶보다 이웃을 위하고 주님을 위한 삶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가 어느 날 주님께 여쭤봤다. “주님, 저는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렸는데 장차 무엇을 받게 됩니까?”라고
말이다. 언뜻 생각해 보면 그는 매우 솔직한 사람 같아 보이고 또 달리 생각해 보면 그는 매우 실리적인
사람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정확하게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셨다. “나를 위해 부모나 자식이나 아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이 세상에서 여러 배로 받고 또한 하늘나라에서 이스라엘의
열 두 고을을 다스리는 권세를 받게 되리라”고 말이다.
오늘날 주님의 이 말씀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희생하거나 버리는 사람은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나중에 받을 복보다는 우선 누리는 현실이
더 귀중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믿음에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다. 믿음은 보는 현실이 아니라,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바른 삶과 복된 삶이 무엇인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생을
마감하지 전까지는 이를 잘 깨닫지 못한다. 그러기에 어리석은 것이 사람인 것이다. 아름다운 삶은 아무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 신종현 장로의
삶이 바로 그 모델이다.
기왕에 떠날 인생이라면 힘 있고 능력 있을 때 뭔가 이웃을 위해 선하게 살면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가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