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도 원로한의사 인터뷰
약과 침술로 30년 봉사…’장사꾼 한의사’ 철저히 배격
오리건 한인사회 제1호 정규 한의사인 배일도(사진)씨가 25일 마지막 환자 진료를 끝으로 30여년간 동포사회와 함께 해온 침술한의원의 문을 닫는다.
지난 1989년 10월1일 비버튼 파밍턴 로드에서 한의원 문을 연 배 원장은 그동안 침술과 약효가 뛰어나다는 입소문 속에 동포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어느새 80 문턱에 들어선 고령이 됐습니다. 체력도 딸리고 건강도 안 좋아 더 이상 한자를 받을 수가 없어요”
배 원장은 산더미처럼 쌓인 한약재와 수십 년간 연구하면서 수집하고 기록해둔 자료들을 가리키며 “아깝고 소중해도 이젠 접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쉬움을 쏟아냈다.
지난 1960년 서울대학교 약대를 졸업한 후 배 원장은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OHSU)에서 일하면서 한의학의 신비에 눈을 뜨게 돼 미주 동양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의사가 됐다.
미주 침술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부터 2년간 침술교육을 받은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실력을 쌓은 한의사로 평가 받고 있다.
일요일도 없이 매일 30분 간격으로 환자들을 진료해온 그는 “환자의 아픔을 공감해야 환자의 마음 문이 열리고 병을 치유할 수 있어요.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배 원장을 찾는 환자는 외국인이 한인보다 7:3의 비율로 더 많다. 한인들은 다리나 허리가 삐면 찾아오지만 외국인들은 스트레스, 암, 재할치료 등을 위해 찾아온다며 “나를 믿고 몸을 맡겨준 환자들이 고맙다”고 배 원장은 말했다.
그는 일부 한의사들의 그릇된 시술과 마음가짐이 전체 한의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며 “진정한 한의사라면 양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하며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 후 줄곧 같은 장소를 지켜오며 휴가 한번 없이 환자가 있는 곳은 밤낮이나 원근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 정성껏 치료해온 배 원장의 폐업소식에 한인사회가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배 원장의 부인 배희자씨는 남편이 평소 “나는 돈벌이를 위해 한의사가 된 장사꾼이 아니다”라고 말해왔다며 “한평생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면서 열정을 바쳐온 그의 삶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