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투톱 재무부 장관-연준 의장 정면충돌
트럼프 남자들 엇갈린 운명…떠나는 므누신과 남는 파월
미국 경제를 책임지는 투톱인 재무부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감염병 위기에 내놨던 중소기업 대출 프로그램의 연장을 놓고 이례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미 경제에 더욱 짙은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무부 중기 대출 중단 vs. 연준 반발 : 이례적인 불화는 재무부 서한에서 시작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사진 왼쪽)은 19일(현지시간) 늦은 저녁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오른쪽)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므누신 장관은 서한에서 중기 대출프로그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일부 미사용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프로그램 가운데 4개는 90일을 추가 연장하되, 5개는 올해 말로 종료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연준이 운영하지만, 자금은 재무부에서 나온다.재무부 서한이 나온지 불과 몇 분이 지나 연준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재무부 요구에 불응했다. 성명은 모든 대출 프로그램이 "완전한 세트(full suite)"로 연장되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중기 프로그램의 9개 대출을 모두 연장해달라는 얘기다.재무부와 연준의 충돌 소식에 금융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19일 오전 뉴욕 증시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선물지수는 0.9% 내렸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도 뛰었다.
◇트럼프 남자들 엇갈린 운명: 일반적으로 위기에 재무부 수장과 연준 의장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업한다. 의회 청문회에도 동반 출석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확산했던 올초에만 해도 한 목소리를 냈다.하지만 11월 미 대선으로 두 사람 앞에 놓인 길이 달라졌고 정책 갈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므누신 장관과 파월 의장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다.하지만 골드만삭스 출신의 므누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고, 파월 의장은 임기가 남았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암묵적 지지를 얻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19일 "연준이 달러를 처리하는 접근법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므누신과 파월의 이견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경제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무부에서 일했던 토니 프래토는 블룸버그 통신에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중대한 시기에 불안한 정책 불협화음"이라고 말했다.
◇"증시 좋다 vs. 갈 길 멀다": 므누신 장관은 금융환경이 충분히 강력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을 일부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인터뷰에서 "금융환경이 매우 강력하다"며 "좋은 뉴스는 시장이 크게 회복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추가 대출이 아니라 정부 보증이 필요하고 이 보증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앞으로 몇 개월이 아주 힘들 것이라며 강력한 정책 지원이 계속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경제단체 '베이에어리어 카운슬' 주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서 백신 희소식에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번 주 뉴욕 증시는 코로나19 확산 공포와 백신 희망 사이를 오락 가락하며 오르 내리고 있다. 지난 4거래일 동안 S&P500 지수는 이틀은 오르고 이틀은 내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