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목사(루터교 은퇴/미주 크리스천문인협회원)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
-감사 계절에 즈음해
교회 절기로 부활절, 감사절, 그리고 성탄절이 있듯
이스라엘에도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이 있다.
현재 감사절은 초막절에 해당하는데 모든 곡식이 창고에 잘 보관돼 있다고 해서 수장절(守藏節)이라고도 한다. 초막절(草幕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간 장막을 치고 생활했던 시절을 되새기기 위해 초막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절기를 지키면서 생겨난 명칭이다.
가나안에 입성하기까지 하나님이 하늘에서 내려 주시는 만나(Manna)를
먹으며 한 해 동안 모든 토지에서 나오는 소산물을 추수해 조물주께 감사하는 절기이니 현재 감사절이 왜 초막철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감사에는 조건이 따를 수 없기에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고 또 “항상 기뻐하라”고 했다(데살로니가전서 5:16~18). 범사(凡事)란
평범한 모든 일을 뜻하는 낱말로 감사할 조건이 있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감사로 살아갈 것을 일러주고 있다. 감사의 조건이 있어 감사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보다는 원망이 앞설 때도 감사할 수 있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일을 해낸 대표적인 분이
있다. 바로 구약성경에 나오는 ‘욥’이다. 그는 양 7,000마리, 낙타 3,000마리, 겨릿소 500쌍, 암나귀 500마리를
갖고 있었고, 종들도 많아 당시 동방에서는 최고의 알부자였다.
하지만
이 모든 소유물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려 알거지 신세가 된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하고 찬양까지 했다.
게다가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심한 부스럼으로 잿더미에 앉아 토기조각으로 몸을 긁어야만 할 정도였다.
이것을 본 아내가 “당신은 아직도 요지부동이군요. 당신의 믿음이
그 따위라면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욥은 “우리가 하나님께 좋은 것을 받았은즉 나쁜 것을 받았다 해도 어찌 그것을 원망할 수 있단 말이요”라고 대답을 한다. 오랑캐에게 약탈을 당하고 몸에는 욕창이 났지만
하나님께 감사한 사람이었다(욥기 2:7~10).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라”고 했다. (디모데전서 6:7-8)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뇨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같이 자랑하느뇨”(고린도전서 4:7)라고 우리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조물주로부터
받아 누리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고린도후서 6:10)라고 말하며 어떤 형편에서든 자족하기를 배우도록
힘주어 역설한다. 자족(自足)이란 ‘스스로 만족함’을
뜻한다.
감사의 열쇠란 바로 이 자족함에 젖어 있을 때 열리게 되는 열매이다. 그러기에 하박국 선지자도 무화과나무에 비록 무화과는 아니 열리고, 포도송이도
포도나무에 달리지 않고, 우리에게 있었던 양 떼도 온데 간 데가 없고,
있어야 할 소 떼가 목장에 없다 할지라도 하나님 안에서 기뻐한다고 고백했다(하박국 3:17-18).
감사의 계절에 즈음해 새 찬송가 418장의 가사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 병들 때나 괴로울 때, 바쁠 때나 고달플
때’이 자족함으로 자신을 달래며 감사의 경지에까지 이루는 복됨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