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번 주말 외교부 본부로 귀임한 뒤 곧바로 유럽지역 대사로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송영완 총영사가 11일 밤 페더럴웨이 코앰TV 공개홀에서 환송식을 갖는다. 송 총영사는 환송식에 앞서 언론사를 통해 동포들에게 이임사를 발표했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
존경하는 동포여러분,
이제 저는 시애틀총영사 임기 3년을 마치고 수일내 귀임할 예정입니다.
부임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귀국하게 되니 아쉬움이 앞섭니다. 특히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한 것, 더 많은 분들과 교감하지 못한 것, 더 많이 지원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럼에도, 지난 3년간 동포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에 힘입어 몇 가지 추진하였던 일들을 성취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곳 부임 직후, 저는 동포 여러분의 생활 안정과 동포사회의 중장기적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한바 있습니다. 구체적 활동과제로서 운전면허 상호인정약정 체결을 단기과제로, 한미 FTA 비준을 중기과제로, 차세대를 위한 한국어 및 한글교육 진흥을 장기과제로서 각각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상기 과제 중 운전면허 상호인정약정은 2011년 5월 워싱턴주와 체결한 것을 필두로 하여, 2011년 12월 오레곤주, 2012년 4월 아이다호주와 체결함으로써 저희 총영사관 관할 5개주 중에 3개주와 약정을 맺었습니다.
동 약정 체결로 현재까지 3천명을 상회하는 우리 동포들이 번거로운 과정을 크게 간소화하여 미국 운전면허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재 몬타나주와도 협의가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앵커리지 출장소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알라스카주와의 동 약정 체결도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중기과제로 제시한 한미 FTA 비준은 정부와 민간, 그리고 미국내 전 공관과 동포사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함으로써 성취한 기념비적 성과라 생각합니다.
저의 부임당시 한미 FTA의 비준전망은 참으로 불투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되어2010년 7천명이 서명한 연명부를 연방정부와 의회에 보낸데 이어 2011년에는 7천명 이상 동포의 청원서를 지역구 연방의원 앞으로 각각 송부하는 놀라운 일을 해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한미 FTA는 서명 후 6년만인 2012년 3월 한미 양국에서 발효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또한 이는 우리 동포사회가 뭉치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장기과제로 제시한 2세 교육문제입니다. 교육은 흔히들 백년대계라 하며, 총영사관도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뜻밖의 결실을 가져다주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정부가 시행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검정등급을 취득한 우리 자녀들이 타코마와 페더럴웨이 중고등학교에서 정식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타코마 한 공립학교는 한국어를 IB프로그램 외국어로 채택하기도 하였고, 한국어과정이 개설된 공립학교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현지 교육체계에서 한국어가 주요 외국어로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우리 2세들은 자연스럽게 한글과 한국어를 공부하게 될 것이며, 성인이 되어선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과 한글학교, 그리고 우리 정부의 노력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면 앞으로 더욱 놀라운 성과를 얻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2012년에는 우리역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바 있습니다. 복잡한 준비가 필요했고 일부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동포여러분의 자발적 참여와 적극적 협조로 공명선거 정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첫 단추를 잘 채운 재외국민 선거는 앞으로 횟수를 거듭하면 더욱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총영사관은 지난 3년간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노력도 계속 경주하였습니다.
이미 동포 여러분께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경축행사를 개최하고 계십니다만, 저희 총영사관은 이러한 여러분의 노력이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총영사관은 사건, 사고 대응능력 강화에도 진력한바 있습니다. 2012년 연말 오레곤주 펜들턴 인근에서 발생한 버스전복 사고는 많은 사상자를 냄으로써 유가족은 물론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은 슬픔을 남긴바 있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사고는 다시는 재발하지 말아야 하겠으며, 총영사관은 앞으로도 동포여러분과 힘을 합쳐 재난대책 및 사고대응능력 증진에 힘쓸 것입니다.
아울러 총영사관은 우리 국격에 상응한 공관청사를 건립하여 동포여러분께 고품격 영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영사관은 지난 연말 신청사 부지를 매입하였고, 2016년 하반기에는 멋진 신청사가 개관될 것입니다. 총영사관은 50년, 100년 뒤에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신청사를 건립하기 위하여 매 과정을 신중하게 다져나갈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시애틀총영사로 재직한 지난 3년은 저의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총영사관이 추진한 크고 작은 일들이 조금씩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만성적 인력부족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저를 믿고 성심껏 일 해준 총영사관의 동료 직원들과 가족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동포사회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하시는 동포단체장, 임원 그리고 봉사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동포지도자들의 리더쉽과 동포여러분 모두의 우정어린 협조가 있기에 우리 동포사회는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총영사를 비롯하여 공관직원 모두는 정부의 명을 받아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진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것이 많은 탓에 본의 아니게 동포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서는 재삼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재임 3년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2010년)으로부터 종전 60주년(2013년)까지의 기간과 많이 겹쳤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유엔 관련 업무를 해온 까닭에 발칸반도, 동티모르, 서부사하라, 중동, 수단 등 전쟁 또는 내전지역을 여러 곳 다녔습니다.
무력분쟁이 남긴 참담한 모습을 보면서 한국전쟁을 수없이 떠올린바 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의 모습이 어땠을까 생각하며 몸서리 친 적도 많았습니다.워싱턴주, 오레곤주, 아이다호주의 원호병원을 방문하며 만난 병상의 참전용사들, 그리고 각종 행사에서 만난 한국군, 미군 참전용사들 그리고 그 가족여러분께 다시금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동포여러분,
반갑게도 제 후임 총영사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훌륭한 공직자입니다. 항상 인복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만, 이번에는 후임복도 있어 더없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동포여러분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후의를 제 후임에게도 베풀어주시어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송영완 총영사 이임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