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주 연방시설 점거 민병대 지휘자 번디 주장
민병대를 이끌고 오리건주 연방건물을 닷새째 점거하고 있는 에먼 번디(사진)가 “우리는
하나님이 내린 명령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번디는 지난 2014년 네바다주에서 국유지 무단 점거 혐의로 연방정부와
대치했던 클리븐 번디의 아들이다. 당시 클리븐 번디도 “신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번디 가족과 연방정부의 충돌은 20여년전인 1993년 발단됐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70마일 떨어진 지역에서 방목을 하던 번디 가족은 연방정부 토지관리국으로부터 국유지 사용료를 납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서부의 카우보이들은 전통적으로 가축떼를 몰고 목초지와 물을 찾아 이동해왔지만 현대 들어서는
국유지는 물론 사유지들을 통과하거나 침범해 재산권 침해논란이 종종 빚어져 왔다.
서부 개척기인 1830년대부터 카우보이로 이 지역에서 방목해온 번디 가족은 연방정부 통보에
크게반발했다. 클리븐 번디는 토지관리국 설립 이전부터 이 지역의 초목과 물을 카우보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해왔다고
맞섰다.
토지관리국은 번디 가족이 국유지에서 떠나도록 명령하는 법원 판결을 수차례 받아내 사용료를 꼬박꼬박
부과했으나 번디 가족이 불응하자 지난 2014년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번디와 같은 처지의 카우보이들이 몰려들었다. 또 연방정부에 반감을
품어온 민병대원들도 전국에서 총을 들고 달려왔다. 정확한 수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수백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지역엔 번디와 같은 방목 목장주들이 1만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번디 목장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며 몰려들자 사태는
긴박히 돌아갔다. 자칫 과도한 공권력 사용으로 지탄받은 '웨이코'사건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결국 연방정부가 한발 물러나 번디 가축을 국유지에서 몰아내려는 네바다 법원의 명령을 중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평화적으로 종결됐다.
번디는 이번 오리건주 연방정부 시설점거 사태를 벌이면서 지역 축산업자들과 자신의 종교인 몰몬교의 지지를 기대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몰몬교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종교적인 이슈가 아니며 민병대원들이 성서의 원리에 따라 연방시설을 점거하고 있다는 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