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서 독자들과 만남, 고품격 한인문학행사였다”
창작과 번역, 그리고 문학이야기 흥미롭게 나눠
"배씨 소설로부터의 느낌보다 실제가 훨씬 따뜻해"
한국 유명 여류소설가 배수아씨와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번역작가 데버러 스미스씨가
지난 11일 시애틀 독자들과 만난 것은 조촐했지만 ‘최고
품격의 문학행사’였다.
이날 저녁 시애틀 다운타운 엘리엇베이 서점에서 열린 행사의 주목적은 스미스씨가 배씨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을 영역해 최근 출간한 <A Greater Music>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사실상 노벨문학상과 비슷하게 평가받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번역 작가는 물론 한국에서 기존 소설문체를 완전히 바꿔버린 파격적인 문체의 유명작가를 직접 만나고 그들로부터 문학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더욱 빛났고 참석자들을 들뜨게 했다.
배씨와 스미스씨가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책의 일부분을 낭독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 형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작가가 직접 풀이해주는 한편 번역과 창작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를 주로 다뤘다. 통역은 워싱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현재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혜인씨가 맡았다.
지난 2003년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한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배씨가 독일에 유학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자 에세이지만 어렵고 긴 문장 등으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배씨는 이날 “독일문체에 매료돼 있을 당시
쓴 작품으로 의도적으로 독일식 긴문장으로 썼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사실
이 책은 격렬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를 다뤘는데, 격한 감정을 평면적 서술로 다뤘다”고 덧붙였다. 실제 격한 감정과 로맨트스틱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 소설을
썼지만 문체나 문장은 그것과 굉장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썼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소설이 격한 감정을 담은 로맨스 소설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배씨는 진단했다.
배씨는 “이 소설을 로맨스 소설로 받아들인 첫번째 독자가
바로 번역작가인 스미스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설 속에 등장시키는 여성 주인공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그 주인공에 투영하는 모습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배씨는 “여자 주인공에게 강하게 미학적인 위치를
부여해주고 싶다”면서 “(배씨 자신을 포함해) 현실에서 넘어서지 못하는 경계를 만들어 소설 속 여주인공을 더 가난하고 힘들게 만들어서 결국은 넘어서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번역된 <에세이스트의 책상> 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같은 배경을
담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배씨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을 정치적인 의미가 부여된다고 그녀 스스로
말했다.
프란츠 카프카 등 독일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하는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배씨는 “번역을 또 다른 창작이라고 말들 하지만 역설적으로 창작이 번역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언어로의 번역은 머릿속 그림이나 상상을 가져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창작이기 때문이란다.
배씨와 이야기를 나눈 많은 참석자들은 "소설로부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편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여류 소설가인 한 강씨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한씨와 함께 올해‘맨부커 상’을 수상한 스미스씨는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인 배씨의 감정은 물론 지적 모험을 느낄 수 있어 이 작품을 번역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설명했다.
배씨와 스미스씨는 한국문학번역원의 후원으로 영문 <A
Greater Music> 홍보를 위해 샌프란시코와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거쳐 시애틀에 와서 홍보 행사를 가졌다.
배씨는 12일 일정이 없이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등을 여행하며 느낀 소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