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사람을 감동시킨 사람들
요즘 조국 대한민국에서 날아오는 뉴스를 보면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를 막론하고 어느 것 하나 가슴 시원한 소식이 없다.
그런데 최근 숨은 의인처럼 가슴 뭉클하게 하는 한 아버지가 있어 조용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육군 6사단 이모(21) 상병의
아버지 이모(50)씨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의 아들이 휴가를 10여일 앞둔 지난 9월 26일
전투진지 공사 작업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다 인근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유탄(流彈)을 맞고 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아버지 이씨는 “(사격 훈련 도중)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총을 쏜 병사를 알게 되면 원망하게 될 것 같고, 병사 스스로나 그의 부모가 평생 자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 병사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
아니겠느냐”고 했다. 억울하게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의도하지
않게 아들을 죽게 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아버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같은 가슴 뭉클한 소식을 듣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멋진 사람이 나타나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주인공이다.
같은 아버지로서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단을 내리고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지도 말고
처벌도 하지 말아달라는 이씨의 귀한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한 것이다.
구 회장은 이번 케이스만 아니라 지난 세월 숱하게 많은 위로금을 내놓으며 사회에 감동을 주는 귀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왔다. 진짜 멋쟁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15년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은 장병 2명에게
“치료와 재활에 요긴하게 쓰기 바란다”면서 5억원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사고 현장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유가족에게 1억원씩 5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본무 회장의 사려 깊은 사랑을 아예 회사 차원에서 전수하겠다며 2015년에는 ‘LG 의인상’을
제정해 지금까지 53명에게 상을 수여했다고 한다.
참으로 오늘 우리 모두가 가슴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아름다운 미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삶을 말이다. 오래 전 조지아텍에서
한인 청년인 조모씨가 총기를 난사해 32명의 학생들이 희생을 당했을 때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이 모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우리는 조군을 용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부모님을 깊이 위로해 드리는 마음도 모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자식을 둔 그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해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차원 높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살다 갈 수 있다면 참으로 천 년을 사는 것보다 더 값지고 아름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