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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14 01:12
코로나발 글로벌 식량위기, 민중 봉기로 이어질 수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세계에서 식량 위기가 커지고 있다. 공급망 붕괴로 인해 한쪽에서는 식량이 썩어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굶주리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난한 국가들에서의 민중 봉기 위험도 점점 커지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진 시점은 하필이면 수확철이자 각국이 식량을 비축하는 시기였다. 코로나19로 공급망이 망가지고 생산국들이 식량안보를 걱정하며 수출을 제한하면서 많은 도시에서 쌀과 밀 가격이 급등했다. 경제가 위축되고 소득이 줄면서 가뜩이나 개인들의 주머니가 비어가는데 삶의 가장 필수적인 부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된 것.
◇ 역사적으로 식량부족은 민란의 원인 : 빈국들은 물론 관광에 의존하거나 가격이 급락한 석유 생산에만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도 식량을 사들일 돈이 모자라게 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말까지 최대 30여개국 1억3000만 명이이 기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랜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최근 새로운 통합 정부가 수립된 남수단은 가장 위험에 처한 국가 중 하나이다. 유엔 식량농업국(FA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남수단 수도 주바의 밀 가격이 62% 올랐다. 타피오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카사바의 가격은 41% 올랐다.
인도 첸나이에서 감자 가격은 2월 이후 27% 올랐다. 미얀마 양곤에서는 병아리콩 가격이 20% 올랐다. 파키스탄의 식료품점의 식품 가격도 25%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인류 역사에서 다수의 정치적 격변은 식량 부족에서 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식료품 가격이 폭등한 것이 중동과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민중 봉기를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아랍의 봄'이 일어난 원인도 부분적으로 2010년 튀니지에서 야채장수 청년이 허가없이 거리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고 경찰로부터 폭행당한 일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오늘날에도 식량 공급의 붕괴가 비슷한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운송 차질에 비싸진 식량, 빈국에겐 그림의 떡 : 전세계적으로 운송 차질은 특히 과일, 야채, 생선 등 부패하기 쉬운 물품들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
1월1일부터 4월10일 사이에 컨테이너선들의 운송량은 항해 취소로 인해 30% 감소했다. 항구에 어렵게 도착했다 해도 세관 및 기타 시설에서 오래 격리되거나 절차가 정지돼 화물이 썩는 일이 발생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전세계 여객기의 약 85%가 결항되어 항공 화물 운송 능력도 약 35% 감소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의 한 수출업자는 "인도에는 쌀이 많지만 물류 문제 때문에 수출이 안 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2~3일에 한 번씩 유럽으로 가는 운송 선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2주에 한 대만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확실성은 식품 수입업체들의 사재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이로 인해 가격이 더 상승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 비축 식량도 없고, 비싼 식량 살 돈도 없다 : 일본, 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부유한 나라들은 비싼 값을 주고도 식량을 살 수 있다. 게다가 이미 10년전 파키스탄 홍수와 러시아 폭염 등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한 후부터 부자 나라들은 식량 비축에 나섰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빈국들은 비축 식량도, 비싸진 식량을 살 돈도 없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현재 슈퍼마켓의 진열대가 텅 비어가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코로나 이전에는 주문하면 90% 이상 가져오던 공급업자들이 이제 주문량의 26%밖에 공급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물건 재고가 없거나, 생산을 중지했거나, 우리에게 물건을 가져다 줄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식량 재고 부족 등 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달 안에 모내기와 수확에 영향이 갈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인도 농부는 봉쇄령으로 판로가 막힌 토마토와 바나나를 밭에서 폐기했다. 그리고는 "시장에서 음식을 살 돈도 없는데 다음 철의 생산을 위해 쓸 돈이 어디 있는가" 반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식량 부족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