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목사 (유진 중앙 교회 담임)
세계 선교를 향한 전망, 유진 2018
새해가 밝아 온 정월 16일은 2018년도 유진에서 개최되는 세계 선교 전망 워크숍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6시에 시작하여 3시간 15분동안 진행되는 이 행사는 5월 15일까지 총 16회 이어졌습니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총 3,120 시간이 소요된 셈입니다.
참가 대상은 세계 기독교 운동과 선교 활동에 관심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대도시도 아닌 유진같은 작은 곳에서 이 큰 행사가 개최된 것만 해도 신기하였습니다.
놀랍게도 등록한 인원은 250명이 족히 넘었는데 대부분이 20대 청년들이었고 약 20% 정도가 50-60대였습니다. 20대 참가자들 대부분은 대학생들이었고 직장인들과 은퇴한 사람들이 그 나머지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당 참가비도 적지 않은 250달러였습니다.
매주 약 두 시간 정도는 선교 이론에 대한 강의로 진행되는 데 강사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선교사로 평생을 헌신한 분들이었습니다. 선교 현장에서 몸소 겪은 일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참가자들이 마치 선교 현장에서 체험하는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현지 주민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그들의 문화 행사에 동참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신뢰를 얻는 실제적인 과정도 보여주었습니다.
19세기 중국 선교에 헌신했던 허드슨 테일러의 선교 사역을 돌아보는 시간은 숙연하였습니다. 중국 내지 선교 현장에서 사랑하는 딸에 이어 다섯 살 난 아들마저 병마에게 잃는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32세의 아내마저 잃어야 하였던 테일러 선교사가 만일 본인이라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이슬람권 선교를 위한 워크숍 시간에는 이슬람과 관련된 용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훈련이 있었습니다. 무슬림의 의미, 알라 신에 대한 숭배, 꾸란 경전, 믿음의 의미를 가진 이만의 정의 등도 워크숍의 주요 용어들이었습니다.
이슬람 종교내의 분파에 대한 이해, 가령 수니파와 시아파를 위시하여 200개가 넘는 무슬림의 다양한 종파에 대한 이해 등, 이슬람권 선교사로서의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워크숍을 통하여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언어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 중에는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프리카 토속어, 한국어 등을 모국어로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앞으로 나오게 하여 각기 자기들의 모국어로 기도하게 하고 성경을 읽도록 함으로 낯선 언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타국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일으키게 하는 훈련도 시켰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일으킨 것은 타 문화에 대한 이해 훈련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한 참가자는 자신이 미국에 유학 와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였습니다.
모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소개한 것은 20대의 대학생이 60대의 교수를 마치 친구에게 대하듯이 이름을 부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학생이 부모같이 나이 든 교수의 이름을 감히 그 면전에서 부를 수 있는가? 그는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이 젊은 친구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그가 겪은 것처럼 비슷한 문화적인 충격을 많은 사람들도 경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주간의 강의가 진행된 후에 참가자들은 타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젊은 백인 청년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하우 아 유”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 가라고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라고 합니다. 아주 쉽습니다. 심지어 세 살배기 아이라도 쉽게 말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입 모양을 자세히 쳐다 보더니 “...안뇽하...”까지 발음하더니 멈추었습니다.
이 백인 청년의 열정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한국에서 만났던 여러 선교사님들이 겪었을 언어와 문화적인 이질감으로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왜 그때는 그 분들의 노고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못했을까? 부끄러웠습니다.
신학교 재학시절 경건회 예배 시간에 겪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신학교에는 미국 정통장로교회 선교사 소속으로 하도례라는 한국어 이름을 가진 분이 도서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출신답게 매우 명석한 두뇌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경건회 예배를 인도하였습니다. 놀랍게도 한국어로 설교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무언가 설교를 하기는 했는데 단어 하나 하나는 매우 분명하게 발음을 했습니다.
그러나 말의 연결이 영 시원하지 못했습니다. 긴장된 모습으로 듣던 학생들이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감지하였는지 하도례 선교사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러분...간에 기별이 갑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