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도와주라!
‘토마스
커닐라’라는 소설가요 극작가가 쓴 <쉰들러 리스트>(1982년)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2차
세계대전때 체코계 독일인인 주인공 쉰들러는 폴란드 ‘크라코프’시의
군수물자 생산 공장 주인으로, 여기서 일하는 수용소 유태인들에게 배급 이외의 빵을 구입해서 공급해주며
생명과 안정을 책임지며 많은 손해를 보면서도 지극 정성으로 포로들을 보살펴 주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수용소 유태인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죽는 일을
면하기 위하여 ‘쉰들러 리스트’에 오르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하기도 하였습니다.
훗날 나치 독일이 망했을 때 쉰들러에 의해 살아남은 유태인들은 대략 1,100명 정도였다는데, 이들은 쉰들러를 위해 그들 또한 모든 것을
다바쳐 그 은혜에 보답했습니다.
그들은
쉰들러로 하여금 전범재판에 회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구출해주었으며, 쉰들러의 남은 삶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아니했고 또한 후일에 쉰들러가 죽었을 때는 예루살렘 묘지에 묻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은혜를 사랑으로 되갚아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들도 어떤 모양으로 든지 우리들을 위해 희생하고 생명을 버려 구원을 완성해주신 하나님께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과 성도들의 아름다운
참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사람들은 남을 도와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검은
머리는 거두는 것이 아니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애써 불쌍한 이웃들을 외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고 가장 많이 외면을 당하거나 배신을 당한 사람은 아마도 목회자일
것입니다.
특히
이민자들 속에서 하는 목회자들이라면 그 경험은 더 많을 것입니다. 필자도 40여년의 이민목회를 통해 절박한 이웃들을 도와주며 30여만 달러의
돈을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필자는 단호하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도와주라!”고 말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이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30여만 달러의 돈을 떼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 때문에 잠을 설쳐본 적도 없습니다. 목사도 사람인데
생각하면 쏙이 쓰리고 아프지만 그래도 놀라운 사실은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누군가에게 꾸러 가지 않았고 초라하고 비참하게 사람들 앞에 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목사라서가 아니라 이는 하늘의 하나님께서 대신 갚아 주시고 보상해 주셨기 때문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떼이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풍족하고 모자람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주고 되돌려 받음의 축복을 누리고 있는 샘입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와주라!”고 말입니다.
인생은
결코 자신의 노력만으로 그리고 그렇게 얻은 돈 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 드린
쉰들러 같은 사람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 것입니다.
인생이란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을 때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남을 돕고 남을 위해 헌신했던 쉰들러는 죽어서도 명예롭고 역사에 남는 멋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비누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비누는 자신을 녹여 사람을 돕고 끝내는 소리 소문도 없이 자신이 송두리째 다 없어져도 그것이 사명인 줄 알고
더러운 떼를 씻는 일에 모든 것을 다 바칩니다.
하지만 올 여름 시애틀을 뒤덮었던 연기처럼 백해무익하여
모든 사람들의 질시의 대상이 되는 그런 인생을 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것을 다 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아직도 근력이 있을 때에, 그래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에 불쌍한 사람, 멋진
친구들,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나누고 쓰고 베푸는 그런 멋들어진 인생을 살아가가야 하겠습니다.
구두쇠처럼 아끼고 재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며 살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철없는 자식들은 그 재산
더 가지려고 원수가 되고 세상 법정으로 달려가고 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눅6:38)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