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타임스 제공>
일본계 미국인 벽화 작품 문구 임의 변경 사태
‘Never Again Is Now’ 해설 문구중 일부 삭제
캠퍼스내 벽화 문제로 인해 워싱턴주 최대 커뮤니티 칼리지인 벨뷰 칼리지 총장과 부총장이 해고된다.
벨뷰
칼리지 이사회는 캠퍼스 벽화 문구 임의 변경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제리 웨버 총장과 게일 바지 부총장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정해졌지만 총장과 부총장의 해고 문제는 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벨뷰 칼리지는 2주 전 일본계 작가인 에린
시카게가 그린 캠퍼스 벽화 ‘Never Again Is Now’설치
과정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문구 일부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벽화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일본계 미국인의 투옥을 승인하는 ‘행정명령 9066’에 서명한 날을 추모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있는 2명의 일본계 미국인 어린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본인 이민자와 벨뷰와의 연결을 뜻하는 한 문장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스트 사이드의 사업가 밀러 프리먼 등이 주도한 수십 년간의 반일운동 끝에
벨뷰의 60가족(300명)을
포함한 일본계 미국인들이 감금됐다”는 문장이 없어진 것이다.
삭제된 문장에 언급된 밀러 프리먼은 반일 연맹을 결성하고 1942년 시애틀 데일리 타임스에 일본계 미국인이 태평양 연안의 일본 식민지화를 위해 미국에 왔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1955년에 사망한 그는 벨뷰 스퀘어를 건설한 켐퍼 프리만의 아버지이며 벨뷰 컬렉션 소유주인
켐퍼 개발사 창업자 켐퍼 프리먼 주니어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이같은 문구
삭제 사실이 알려지자 작가 에린 시카게를 비롯해 일본계 미국인 연맹
시애틀 지부 등은 학교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고, 시애틀타임스가 이를 심층 보도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학교 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삭제됐던 문구를 다시 삽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문구 삭제를 주도한 당사자인
바지 부총장은 1주일 전부터 휴직 상태로 학교에 출근하지 않으며 최근 공식 사과 의사를 밝혔었다. 바지 부총장은 흑인으로 8명의 부총장 가운데 한 명이다.
벨뷰
칼리지 이사회 리차드 후쿠타키 의장은 “벽화작품을 훼손한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행위”라며 “지역적, 사회적, 국가적으로 우리 대학의 신뢰도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후쿠타키 의장은 “문구 삭제는 부총장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시킨 것으로 믿는다”며 “현재
경위를 면밀히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바지 총장이 벨뷰 프리만 가문의 압력이나 요청에 의해 문구를 삭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교내에는 보안카메라가 없어 현장에서 언제 누가 삭제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