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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14 02:11
1,000억달러 가진 현금부자 MS, '빚낸 돈으로' 링크드인 인수
해외 보유 현금 가져 오려면 법인세 35% 내야
대출받아 인수하면 이자비용 소득공제 혜택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 인수는 지금까지 MS가 시도한 계약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262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조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현금부자 마이크로소프트의 행태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로 신규 대출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링크드인을 인수에 필요한 금액의 4배에 해당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빚을 내려고 하는 것일까?
블룸버그는 '세금'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 인수를 위해 해외 계좌 현금을 미국에 들여 오려면 35%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금성자산 1000억달러(117조)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에 예치해 놓은 상태여서 법인세를 내지 않고 대금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빚을 내면 좋은 점은 또 있다. 대출 이자로 지급한 것 만큼 법인 소득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래에 내야 할 세금도 줄어드는 것이다.
대출을 받아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올해 법적으로 약 90억달러(약 11조원)에 이르는 미국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이자비용에 대한 소득공제를 통해 추가적으로 수년간 수백만달러를 절세하게 된다.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모임의 로버트 매킨타이어 상무이사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현금이 넘쳐나는 기업이 빚을 내는 이상한 세상이다"라고 비난했다.
1800억달러(약 221조)를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애플도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금 65억달러(약 8조원)를 대출받았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미국 세법이 기업들로 하여금 조세를 회피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2009~2015년) 동안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은 2조4000억달러(약 2814조원)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말 현재 화이자가 해외에 남겨둔 이윤은 1930억달러(약 226조원)였다. 애플은 2000억달러를 해외에 보유했고, 제네럴일렉트로닉은 1040억달러, 구글은 580억달러, 골드먼삭스는 280억달러를 각각 예치해두고 있었다.
미국의 많은 다국적기업, 특히 기술기업이나 제약회사들은 수 년 동안 소위 "송금 휴일(repatriation holiday)"로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중이다. 이 법안은 기업들이 해외에 있는 자금을 35%보다 저렴한 법인세로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세가 낮아지면 돈을 미국으로 회수해와, 미국에서 고용과 투자를 창출하는데 쓸 수 있다고 이들 기업은 주장한다.
일시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했던 지난 2005년에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미국 의회와 조지 부시 행정부는 35%에 달하는 송금 관련 법인세를 5.25%로 낮췄다. 800곳 이상의 기업들이 세율 인하 혜택을 받아 3000억달러(약 352조원)를 미국에 가져왔다.
그러나 미국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돈 중 92%는 주식을 환매하거나 임원진 보너스를 지급하는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조세 감면 혜택을 받았던 기업들 중 일부는 사실은 미국에서 공장을 폐쇄하거나 근로자를 대량 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