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벧엘장로교회 담임)
작은 비전론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비전은 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은 비전론이란 용어가 매우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작은 비전론'을 들은 것은 김상복 목사님(분당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을 통해서였습니다.
김 목사님은 큰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해 그 비전을 이루는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한국전쟁 직전 11세의 나이에 부모와 형제를 북한에 남겨두고 월남해
큰 비전을 품고 고독과 가난을 극복했습니다.
큰 비전을 품고 미국에 유학 와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워싱턴 신학교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족과 세계선교를 맡겨주실 하나님의 큰 비전을 품고 다시
한국으로 귀환했습니다. 그 후 한국의 대표적 교회의 담임목사와 대학총장, 세계복음주의연맹 회장으로 사역하셨습니다. 김 목사님의 큰 비전은
성취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제가 거주하는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방문하신 김 목사님은 목회자 세미나에서 "성도는 나이가 들고 인생의 경륜이 깊어질수록 비전이 작아져야 한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강조했습니다.
김 목사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를
맡겨달라는 큰 비전'이 별로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나의 가족과 나의 몸을 끝까지 돌보는 작은 비전'이
실은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후반부가 될 수록 자신의 부모, 배우자, 자녀들이 주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기도하고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비전인 것을 알았습니다. 큰 비전을 성취해서 세상이
인정해줘도 가족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비전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반대로 비록 세상에서
큰일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여도 가정을 주님 안에 바로 세웠다면 후회 없는 값진 비전을 성취한 것입니다.
작은 비전론이 자신의 가족과 관계가 있다면 작은 비전론의 마지막은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입니다. 김 목사님은 작년에 아내인 이령자 사모님이 넘어져 다리에 큰 골절상을 입으신 뒤 몇 개월을
간병하시면서 발견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김 목사님이 옆에서 간병을 잘한다 할지라도 사모님의 몸의
회복을 위해 사모님 '스스로가 감당해야 될 자신의 몫'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는 비전과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지키는 것입니다.
아무리 질병이 나를 엄습한다 할지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나님께서 주신 성전된 몸을 지키고 돌보는 것이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노환과 슬픔과 고독과 미움과
염려와 스트레스가 아무리 힘들게 할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싸워 자신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작은 비전이 실은 가장 위대한 비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비전은 "나 여호와를 의지할 때 너희가 넉넉히 이기리라"는
주님의 약속을 굳게 믿는 자가 성취하는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