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 (오레곤 벧엘장로교회 담임)
영적 침체에서 벗어나는 길
때로 우리는 영적 침체의 늪에 빠져 신음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기도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무기력하고
기쁨이 없고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그 방법을 야곱의 삶의 변화를 통해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야곱은 형의 장자권을 가로채고 원한을 사서 정든 고향을 떠나
외삼촌이 사는 하란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의 추격이 두려워 며칠을 쉬지 않고 달려가다 지쳐
쓰러졌습니다.
그곳에서 돌을 베게 삼아 자는데 꿈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난 야곱은 방금 전 자신이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던 곳을 '하나님의 집'이란 뜻의 '벧엘'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리고 삼촌 라반의 집까지 도망쳐 거기서 목자
생활을 합니다. 오랜 세월을 삼촌 집에서 보내면서 야곱은 결혼했고 열명이 넘는 많은 자녀들을 얻게 됩니다. 종들과 재산도 증가하지만 세력이 커질수록 삼촌과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야곱은 삼촌 몰래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챙겨 탈출합니다. 도주하면서 삼촌의
추격을 당하게 됩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원한관계에 있었던 형 에서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위기에서 보호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어려운 순간에만 반짝 하나님을 의지할 뿐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원래의 안일한 삶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이번에도 야곱은 세겜이라는 도시에서 안주하다가 큰 위기를 당합니다. 거짓말과 살인까지 저지른 아들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온 가족이 보복을 당해 몰살위기에 처합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다시 야곱을 벧엘로
부르십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당신과 처음 만난 장소인 벧엘로 다시 돌아와 제단을 쌓으라고 명령합니다. 야곱은 그 명령에 즉시 순종합니다. 그는 30년 만에 다시 벧엘로 올라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예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곳의 이름을 '엘벧엘'이라고 부릅니다 (창 35:7). 엘벧엘은 '하나님
집의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집에 가서 다시 하나님을 만났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분은 하나님의 집에 와서도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고 갑니다. 교회에
와서 사람만 만나고 갑니다. 봉사만 하다가 갑니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의 집인 교회에 와서 그분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계속 영적 침체와 후퇴와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삶이 반복될 뿐입니다.
야곱이 처음 집을 떠나 고생하며 들판에서 지쳐 잠이든 모습은
우리들의 처음 이민생활을 연상케 합니다. 우리들 중에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만나고 고생하면서 하나님을 처음 만난 야곱과 같은 체험을 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은 안락한 도시의 세겜에 정착한 야곱처럼 이민 초창기의 생활보다 경제적으로 더 좋은 여건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에 도착한 첫날과 비교할 때 집과 직장이 생기고 가족들도 훨씬 안정감이 느끼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앞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인생의 숙제들이 있습니다.
그
문제 앞에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고 남과 비교하면서 마음이 지치고 피곤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야곱처럼 '벧엘'로 돌아가서 '엘벧엘'의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집'에 가서 '하나님 집의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주님을 정말 만나야지만 영적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정면승부 해야 합니다. 예배의 삶, 말씀의 삶, 기도의 삶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심령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 관계가 새로워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