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돈보다
더 귀한 것
사람들은 모두가 다 돈을 좋아한다. 필자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성도들이 슬그머니 돈 봉투를 찔러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라서 돈을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그런 돈이라도 포기하고 거기에 연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사람됨의 칭찬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혼으로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부인은 그 엄청난 위자료를 받아 어쩌면 사상 처음이라는
거대한 부자가 됐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해 감동을 주고 있다.
하지만 목회를 하면서 은혜스럽지 못하고 덕이 되지 못하는
돈의 노예들을 더러 경험한다. 그런 사람들은 결국 초라하고 불쌍하다는 것 외에 이 땅에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가는 것을 목도했다.
목회자 대부분은 돈과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돈을 생각하고 거기에 관심이 있었다면 결코 그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불신 가정에서 혼자 대학과 대학원 유학을 하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돈의 서러움과 가난에 쪼들리며 많은 고생을 했다. 그리고 46년 넘게 오직 교회에서만 살아왔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단 한 번도 남에게 돈을 꾸러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꾸러 오는 자들을 거절하지도 않았다. 이민목회 도중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액수만 30만 달러가 넘는다. 그럼에도
호주머니에 돈이 말라 초라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다.
단언컨대 교회 돈을 함부로 쓰거나 필자 개인을
위해 쓴 적도 없다. 하늘의 하나님께서 종의 삶을 가난하거나 돈 때문에 슬프지
않도록 채워주셨던 것 같다. 이렇듯 돈에서 자유할 수 있다면 그 삶은 어디에 내 놓아도
당당할 수 있다.
교회나 사업장에 돈이 넉넉하게 있는데도 굳이 인색해 목회자나
종업원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자들은 칭찬받을 인물은 아니다. 하나님께서도 “주는 자가
복이 있다”(사도행전20:35)고 하셨을까?
세상에서 가장 함께 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인색한
자일 것이다. 인색한 사람들은 돈을 최고로 여기는 자들이요, 그 돈으로 행세하는 자들이며, 그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삶을 힘들게 하고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사회의 악일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들이 가진 것 중 가장 별 볼일 없는 것이 돈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생명과 바꿀 수는 없지 않는가, 아무리 돈의
권세가 커도 죽을 사람을 살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사람은 평생을 통해 이름 석 자를 남기고 떠나는데 돈 때문에 평생을 가늠하는 명예를 더럽힐 수야 없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돈은 인생에서 편리할 수는 있지만 그다지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돈에서 자유할 수 있다면 최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외로 돈 때문에 소중한 인생을
어리석게 망쳐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거기에는 직분이나 신분이나 학력 같은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초라한 인생의 내면만이 부끄러울 만큼 적나라하게 나타날 뿐이다.
돈은 그만큼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사람을 복되게도
하고 또한 추하게도 하는 요물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젊은이들에게 훈계했다. “돈을
따라가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돈이 따라오는 멋쟁이들이 되라!”고 말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한 사건이 있었다. 일류 스테이크 집에서 일하는 웨이터가 400달러 상당의 와인을 주문받고 7,000달러짜리 와인을 잘못 갖다 준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고객이 다시 와인을 주문했을 때 이 웨이터는 비로소 자신이
큰 실수를 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인이 이 같은 보고를 받고 그 웨이터를 해고시키거나 야단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고 손님께도 우리 종업원의 실수로 더 좋은
저녁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참으로 놀랍지 않는가? 아마도 그 스테이크 집은 이 같은 보도로 손해 본 것 이상으로
홍보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앞으로 들어오는 것만 수입이 아니라 뒤로 나가는 것도 때로는
엄청난 수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