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i's Snow Bowl Hut & The Yurt
스노우볼 헛트와 욜트 산장을 찾아
일시 : 2020년 3월3일 ~ 3월4일
장소 : Mount Tahoma Trails
고도 : 4250 ft
거리 : 6 마일 ~ 10마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시애틀산악회도 3월말까지는 공식적인 정기산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 등산은 야외에서 이루어지는거라 계속해도 상관 없지 않나 하겠지만 , 카풀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는 상황의 연속이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의미로 불가피하게 결정됐다.
하지만 가족이나 아주 친한 사람들과의 소규모 산행은 적극 장려 한다. 그깟 바이러스 쯤이야 건강하면 이겨낼 수 있으니까.
스노우볼 헛트와 욜트는 레이니어산 근처 타호마 산에 위치한 산장이다. 일년내내 오픈하지만주로 겨울이 인기다.
산스키 타기좋은 트레일 환경에다 산장에서 레이니어 산을 감상할 수 있어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말 예약은 추첨에 당첨돼야만 갈 수 있다. 비록 주중 예약이지만 이 마저도 지난 12월에 예약을 한 것이다.
타호마 산에는 이 밖에도 High Hut 와 Copper Creek Hut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두려움에도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아 취소하지 않고 다만 원하는 회원만 참여하기로 했다.
다행히 일기예보보다는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상쾌하다.
Upper trail head가 열려 있긴 하지만 차량을 하룻밤 동안 주차하지 못하게 돼있어 천상 운전자들이 차량을 Lower trail head 에 주차하고 약 1마일 정도를 걸어 올라야 했다.
나머지 회원들은 1마일을 거저 먹은 셈이다. 눈이 제법 단단해서 눈신을 신을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이 그냥 신고 출발한다. 들고 가려면 더 무거우니까 신고가는 게 차라리 편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눈신이 필요 없어도 산중 날씨는 변덕이 심해 밤새 눈이 쌓이면 내려올 때 눈신 없으면 애를 먹는다.
필자도 운전자라 뛰다시피 해서 1시간 반이 지나서야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욜트와 헛트의 갈림길에 이르러 준비한 점심을 먹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에 6명은 욜트로 나머지 13명은 헛트로 헤어진다.
허트팀은 1.5마일 정도 남았지만 욜트팀은 3.5마일이니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사실 먼거리는 아닌데 눈길에다 하룻밤을 보낼 배낭을 메서 쉽지만은 않은 산행이다. 주중이고 코로나 때문인지 등산객들도 별로 없다. 예년 같으면 산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눈 덮인 트레일을 걷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0.5마일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30분 정도 먼저 허트에 도착해서 가제보 랜딩도 답사하고 좋은 자리 잡고 뒤따라 올라오는 회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초행인 회원들은 허트의 위용에 감탄하고 무슨 올림픽 경기에 우승한 양 상기된 표정이다. 채 4시도 안된 시간이다. 눈을 버킷에 퍼서 난로에 올려 녹이고 , 먹을 물은 비치된 정수기로 거른다. 개스로 난방을 하고 태양광 전지를 사용해서 겨울인데도 전기를 쓸 수 있다.
이 산장은 2007년 화재 후 재건되었는데 당시 대부분의 재건 비용을 기부한 열정적인 산악인이고 스키어인 Brunhilde Wislicenus를 기리기 위해서 'Bruni;s Snow Bowl Hut'라고 명명되었다.
얼마나 이 산을 사랑 했으면 산장을 기부했을까? 참 본 받아야할 멋진 인생이다.
준비해간 음식들을 요리하고 마니산님이 도네이션한 블루를 한 잔씩 하니 벌써 거나하게 올라 온다. 이튿날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레이니어 산이 이사를 갔나, 도통 얼굴을 보여주질 않다가 다행히도 9시가 다 돼서야 조금씩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퇴실시에는 다음 사용자들을 위해서 모든 걸 원상태로 돌려 놓아야 한다. 청소하고 , 눈을 떠와서 물도 만들어 놓고 쓰레기도 다 가지고 가는 게 규정이다.
오전 11시에 욜트팀을 만날 장소로 이동하는데 아무래도 많이 늦을 것 같은 예감이다.
아니나 다를까? 욜트팀이 2시간 정도 더 걸린다 하여 할 수 없이 어제 헤어졌던 장소에서 만나기로 무전을 하고 이동한다. 어제 올라올 때 보다는 훨씬 가볍다.
계속 욜트팀이 신경 쓰인다. 교신이 두절이다. 별 사고야 없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들이 쌓인다. 결국 주차장으로 먼저 가서 차량들을 올려놓고 먼저 갈 사람들은 보내고 하면서
탱이 총무님이 다시 산길로 마중을 나간다.
그로부터도 1시간을 기다려서야 일행과 조우할 수 있었다. 욜트팀은 어제 오늘 고생을 많이 헀다 한다. 눈 덮인 산길 2마일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참여 회원 : 청언니, 챔프, 금오산, 팬다,애니, 야호, 산으로, 감자왕,칠갑산, 옹달샘, 한송이, 탱이, 황진이, 안테나, 안개꽃, 스팍, 산비, 문산, 정덕
사진 : 팬다, 야호, 칠갑산
글 : 시애틀 산악회 회장 조 성무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