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주제
“여러분은 자신에게 단 한번이라도 선물을 해준 적이 있나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40대 린우드
한인 하모씨.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그가 가정의 생계에 대한 책임감에다 자신이 목적하고 있는 삶에 대한 노력과 도전이라는
압박 속에서 살아오다 어느 날 문득 “그럼 내 자신에게는 뭐를 해주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씨는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다음부터 한 달에 하루를 ‘나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가족을 제외하고 당시에
가장 좋아하고 맘에 드는 한 사람을 골라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초청한 뒤 최고로 고급스럽고 맛있는 식사를 사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하씨는 “이것이 바로 한 달에 한번씩 내 자신에게
해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인 3일 낮 워싱턴대학(UW) 한국학 도서관에서 열린 세번째 ‘북:소리(Book
Sori)’ 화두는 바로 ‘내 자신’ 혹은
‘나의 삶’의 이야기였다.
6월 첫번째 행사의 주제가 책이었고, 7월
두번째 북소리의 주제가 ‘가족’이었다면 이번에는 본인에게는 늘 이 세상의
주인공일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다뤘다고 할 수 있다.
강연자는 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정연경 교수였고, 이날 다룬
책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당신은 진정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아들이 UW에서 유학 중이어서 여름 방학을 맞아 시애틀을 찾았다는 정 교수는 이날 이
책을 펴면 처음으로 나오는 ‘당신은 진정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란 문구를 그대로 주제로 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정 교수는 이날 혜민스님의 책 가운데 좋거나 가슴에 와 닿는 문구들을 주로 소개하면서 본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냥 스쳐 지나간 문제들을 하나 둘 끄집어냈다.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하지 않은지요?”
정 교수는 자신도 삶에 대한 책임감, 성실, 최선이라는 명제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혹독하게 몰아쳐오다 지천명(知天命)인 50의 나이가 돼서야 자신에게
선물 한 번 해준 적이 없이 인색했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차 혜민 스님의 이 책을 구입한 정 교수는 책이라도 한 권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책 머리에 ‘정연경에게 정연경 드림’이라고 썼단다.
정 교수는 “너무 바쁘게 살아온 일상에서 잠시 멈추시길 바란다”면서 “혜민스님은 이 책에서 현재의 자기 자신을 제일 먼저 사랑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대인들의 고민 가운데 대부분은 과거에 대한 후회이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며, 현재의 삶을 열심히, 그리고 즐기면서 살자는 의미이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서나 지나간 과거를 위해 고민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지부의 김윤선 회장, 이경자ㆍ정봉춘 부회장,
안문자 회원과 이화여대 동문회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정 교수는 “멈춘다는 것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휴식을 위한 연습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멈춤의 가장 좋은 형태가 여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멈추면 영영 못 일어나고 뒤처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멈추게 되면 반드시 뭔가를
지탱하고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나의 삶은 혼자가 아니라 가족을
포함해 우리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 책을 보면서 휴식ㆍ관계ㆍ미래ㆍ인생ㆍ사랑ㆍ수행ㆍ열정ㆍ종교로
이뤄진 8개의 무대에 자신을 올려놓고 무심하게 지나쳐온 우리들의 모습을 천천히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혜민 스님은 두번째 장 ‘관계’에서는 스스로 약간 손해 보는 삶을 살도록 요구한다.
그것이 결국이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번째 장 ‘미래’에서는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과정을 중시하며 즐길 것도 조언한다.
"상상하는 만큼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없어"
네번째 ‘인생’에서는 내가 상상하고 있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할 필요도 없으며, 나 또한 세상 사람들을 다 좋아해야 한다는 짓눌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켓 리스트를 만들어보라”며 “굳이 일기가 아니더라도 짧은 기록이라도 쓰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했다.
혜민스님은 다섯번째 ‘사랑’에 대해서는 “내 것을 마구
퍼줘도 아깝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랑의 기준이 된다는 나름의 생각을 선보인다. 결국 사람과의 인연은 힘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인연은 놓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는 말한다.
스님은 이 밖에도 사람 관계를 ‘난로’에 비유한다. 가까이 가면
너무 뜨겁고, 너무 멀리 있으면 난로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춥다는 것이다. 고로 어느 정도 관계 속에는 공간과 거리,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원칙이 정답이다.
물론 혜님스님은 각 장마다 인생의 수행자로서 이처럼 따뜻하고 바람직한
시각과 해답을 전해주고 있지만 모든 상황이나 생각의 답은 결국 자신이 체득하고 얻을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정 교수는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나
자신의 온전함과 존귀함을 깨닫게 해준 이 책을 통해 고달프고 외로운 세상살이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멈춤과 휴식, 평안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