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씨, UW ‘북소리’ 행사서 한국노동현실 고발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도 참석
‘크레인 309일 농성’‘처녀용접공’’희망버스’등 한국 노동운동사의 이정표가 된 단어들을 탄생시킨 주인공
김진숙씨가 시애틀을 찾아 한국노동현실을 고발하면서 강조한 단어는 ‘법’이었다.
노동운동에서 자주 언급되는 파업, 투쟁, 노조, 민주노총 자체를 불법행위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고, 현재도 많은 한국
국민들사이에 이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시애틀 방문의 첫 행사로 지난 15일 UW ‘북소리’행사에 강사로 나선 김씨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전혀 말도 안되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제발 노동자와
관련된 법만이라도 잘 지켜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1997년 IMF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더욱 많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되자 삼성에 2개의 노조가 생겨났다. 노동 현장에선 노조가 없으면 노동자끼리 서로
미워하고 가해자가 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18살 때 한국 최초의 처녀 용접공이 된 뒤 자신이 보지도 못하는 사고로 옆 작업반의
아저씨가 목숨을 잃은 사건의 목격자가 됐고, 이런 저런 사건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뛰어든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직원들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35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던 중 자기를 잡으려고 크레인을 타고 올라오는 용역 깡패들에 대소변을 무기로 던지며 버틴 끝에 결국 노사 합의점을 찾아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녀는 “당시 해외에서도 많은 동포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격려해줬는데 바로 이런 성원이 나에게
300일이 넘도록 농성할 수 있는 힘을 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씨는 UW 북소리에 이어 다음날인 16일 오후 쇼어라인에
있는 드림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어
17일 오후 3시30분 UW 톰슬홀에서 한국 노동문제에 관한 학술워크샵에 참여한 뒤 이날 밤 6시30분부터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절망과 분노, 투쟁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담은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을
무료로 상영했다.
김씨는 UW 한국학센터 남화숙
교수 등의 초청으로 시애틀을 찾았고, <그림자들의 섬>을
제작한 김정근 감독도 김씨와 함께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