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지사 출신으로 중국계로는 처음으로 주중 미국대사를 맡은 게리 락(63ㆍ사진)대사가 시애틀 가족과 합류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락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2년
반 동안의 주중 미국대사직은 생애의 영광이었다”며 “미국을 대표해 중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우리 모든 가족에게 흥분되는 특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내년 초에 중국대사직을
떠나 시애틀에 있는 가족과 함께 지내겠다는 결심을 알렸다”고 전했다.
락 대사는 “중국으로 수출을 늘려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했으며, 종교 지도자와 인권 변호사들을 만나 미국적 가치를 증진시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향후 미ㆍ중관계는 계속 강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중국인들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한 인터뷰를 하는데
3개월이상 걸리던 것을 크게 단축시켜 중국인들의 미국 방문을 수월하게 하는데도 공헌했다.
1950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락 대사는 중국계 미국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예일대학을 거쳐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1982년 워싱턴주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락 대사는 킹 카운티 수석행정관을
거쳐 1996년 아시아계 최초로 주지사에 당선돼 재선까지 성공했다.
2003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때는 민주당 측의 ‘대표 비판연설자’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2005년 주지사 3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뒤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고, 손창묵 박사의
재무장관 선거를 돕기도 했으며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상무장관에 기용됐고 2011년 8월 주중 미국대사로 부임했다.
락 대사는 1994년 NBC방송
기자 출신인 모나 리와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모나
리의 아버지는 중국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孫文)의 손자다.
락의
아버지는 광둥(廣東), 어머니는 홍콩, 장인은 상하이(上海), 장모는
허베이(河北) 출신이다
락가파이(駱家輝)라는 중국 이름도 갖고 있는 그는 중국 표준어뿐 아니라 중국 남부에서 쓰이는
광둥어에도 능통하다.
미국에서 부임할 때 수행원 없이 직접 배낭을 메고 시택공항에 나타나 스타벅스에서
할인쿠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이코노미석을 타고 출장을 다니는 등 서민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화제를 몰고 다녔다.
길거리에서 딸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만리장성에서 관광객들과 똑같이 줄을 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각장애
인권운동가인 천광청(陳光誠)이 극적으로 산둥(山東)성 자택을 탈출해 미국대사관으로 들어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중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외국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티베트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왕리쥔(王立軍) 전 중국 충칭시 공안국장의 미국 공관 도피 사건을 처리해야 했으며, 이 사건은 중국 정가를 뒤흔든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왕리쥔의 신병 처리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락 대사는 지난 8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때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하며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