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오리건 벧엘장로교회 담임/오리건 밴쿠버 한인교회연합회 회장)
“다양한 섬김과 배움의 기회 가져야…”
한인사회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의 숫자는 고작 200~300명에 불과했습니다(2013년은 239명). 이민자의
수가 가장 많았던 1976년에는 한 해에 46,533명이 가족이민을
통해 꿈과 포부를 갖고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이민자 수가 99.5%나 감소했습니다. 더구나 한국이 이전보다 부강해져서 많은
미주 동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일어날 한인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예측하면서 어떤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포틀랜드뿐만 아니라 한인이 거주하는 지역들에 다음의 세 가지 두드러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예상합니다.
첫째는 장기 이민자의 감소와 단기 체류자들의 증가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족이민의 수는 매해 줄지만 미국으로 들어오는 학생 수가 늘고 있습니다. 초, 중, 고 조기 유학생들의
수는 매해 1만5,000명이 넘습니다.
대학 및 대학원으로
유학 오는 학생 수는 매년 6만명, 주재원을 합치면 약 10만명의 단기 체류 한인이 입국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가족이민의
전성기의 1970년대보다 더 많은 숫자입니다. 이민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민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장기간 거주하는 가족단위 이민은 줄고 회전속도가
빠른 유학생, 주재원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인사회와 교회가 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 교회들은 단기체류자들을 사랑과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로 변화시켜 한국으로 재파송할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변화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입니다. 의학의 발달로
노화가 늦어지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교회마다 노인이 많아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현재 한인사회가 있도록 초기 이민자로 헌신하신 어르신들을 고맙게 여기고
효도하며 그 분들 각자가 인생의 후반부를 봉사할 수 있는 의미 있으면서도 다양한 섬김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세 번째 변화는 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입니다. 한인들은
미국 내에 더 이상 힘이 약한 소수민족이 아닙니다. 이이비리그의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교의 총장에 1.5세 김용 박사가 취임했고 예일대 법대학장이었던 고홍주 박사는 국무부 법률고문(차관보급)으로 발탁되었습니다.
또한
북한 문제가 나올 때 마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김성 주한미국대사 역시 정치외교분야의 최고직에 진출한 한인입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1.5세, 2세 한인들이 미국의 주류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현실 속에서 더 이상 한인교회와 커뮤니티가 미국을 표류하는 외로운 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류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상호간 문화의 장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ABC방송의 첫 한인 간판 앵커로 부상한 장현주씨의 아버지 장팔기씨(86세, 미국 실리콘밸리 전 한인회장)는 1969년 단 2년간의
유학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왔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너희는 항상 미국에 온 이민자가
아니라 미국을 정복하러 온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라”고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자녀들이 이민자들이
갖기 쉬운 열등감이 없이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주류사회에 공헌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민자의 성공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가’라기보다 바른 가치관과
도덕성을 갖고 ‘얼마나 의욕적으로 이 사회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었는가’입니다.
급변하는 한인사회를
정확히 진단하여 준비 없는 당황스러운 내일이 아닌 희망찬 미래를 맞게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