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한인이민사 첫 영문 책 출간으로 본격적 ‘개념화’ 출발
이익환 고문, 자녀들 편찬회와 윙룩박물관에 6,000달러 기부
한인 이민사편찬회(회장 정문호)가
지난 4일 저녁 윙룩박물관에서 출판기념회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서북미에 남아 있는 한(恨)>은
‘코리안 아메리칸’이 과연 누구인지를 탐구하고 개념화하려는
노력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의미를 가졌다.
원제목이 <Han in the Upper Left>인
이 책에서 ‘Upper Left’는 미국 왼쪽 위쪽인 서북미를 의미한다.
제목을 통해 유추하자면 억압과 분노, 회환 등이 복합적으로 포괄하고
있는 한(恨)이 마치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표현되는 한인들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워싱턴대학(UW) 역사학과 교수로 이 책의 실질적인 저자인 정문호
교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이란 조상들에 의해 자동으로 주어진 민족이라는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의나 정체성은 계속 바뀌는 것이며 한국계 미국인, 아시안
미국인,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포괄적인 정의 속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나가면서 한인들의 정체성과 개념을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인 이민사편찬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이익환 고문도 딸인 티나 이씨가 읽은 기념사를 통해 “한인들을 한(恨)에 비유하는 것은 너무나도 복잡한 문제”라면서 “결국 한이나 한인도 완성되지 않은 주관적인 개념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이 책 발간을 통해 우리가 끝없는 토론과
참여를 통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이민사를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 이민사편찬회는 이 고문이 지난 1985년 사비를
털어 창립한 뒤 서부지역 초기 이민자들을 찾아 그들의 기록을 생생하게 육성으로 담아왔다. 그
동안 이들 기록을 정리한 한글 책을 단행본 형태로 5권 발간했었다. 이어 후세들에게 한인 이민사를 전해주기 위한 첫 작업으로 이번에 영문 책자가 나왔다.
서북미 한인 이민역사의 뿌리, 전쟁, 사진 신부, 입양, 워싱턴주
한국 단체, 정치인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 이 책은 정 회장이 총괄한 가운데 이 고문과 김형찬
박사, 안종은 교수(센트럴 워싱턴대학), UW 남화숙 교수, 매튜 베누스카 씨 등이 집필 과정에 참여했다.
이 고문과 티아 이씨 등 세 자녀는 이날 이민사편찬회의 각종 자료를 보관하고 사무실 공간까지 제공하고 있는
윙룩박물관에 3,000달러, 이민사편찬회 발전기금으로 3,000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이번 책 발간을 통해 이민의 주역인 1세들이 적극 참여한 가운데 서북미 한인역사를 새롭고
체계적으로 써나가야 할 과제를 2세들이 안게 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100여명의 한인이 참석한 가운데 초기 시애틀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고(故) 이창희 전 시애틀한인회장의 딸 이진옥씨와 워싱턴주
수석 경제학자를 지낸 손창묵 박사 등도 모처럼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