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목사(시애틀 수정교회 담임/서북미장로회신대)
“사회적
동조현상을 분별하라”
요즘
사회적 동조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유행이나 호감ㆍ정치ㆍ직업ㆍ취미 등에서 타인이나 다수의
행동과 사고 방향이 한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정확한 사고의 판단이나 주관적 해석, 개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동조현상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심리적 동조현상이란 다소 부정적인 표현으로,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릇된 사회적 심리에 따라 동화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동조현상은 비슷한 나이나 학벌, 같은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감정ㆍ이권ㆍ분위기가 한몫을 한다. 사회적 반응이 그릇된 것이라면 냉철한 판단으로 회피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날 안타까운 사실이다.
미국 어느 기관에서 어른 10명으로
실험을 했다. 1명만 모르게 한 뒤 9명에게 ‘LA에서 뉴욕보다 시카고가 더 멀다’라는 내용으로 입을 맞추도록 했다.
10명을 둘러앉게 한 다음 인도자가 질문을 던졌다. “LA에서 뉴욕과
시카고 중 어디가 더 머냐?”라고 물었더니 사전에 약속한 대로 9명은
시카고가 더 멀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나머지 한 명도 엉겁결에 “시카고가
더 멀다”고 답을 했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도 보면 “어느 교회가 좋다더라”라고 소문이 나면
그 교회가 갑자기 양적으로 부흥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한국인들의 사회적 동조현상은 어느 민족보다 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원인이야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그 민족의 정서와 습성(Ethos)이
아니겠는가 싶다.
사상적 편의주의에 입각한 감정과 단순함이 잘못된 개인과 집단의 행동을 낳는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집단을 이루어 때로 폭력을 불사하기도 하는데 급기야 그들의 주장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으며
타협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다. 감정에 따라 인지적인 것도 바뀌기 때문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하며 자기들과 행동을 같이 하는 그룹들과 함께 끊이지 않는 적대세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필자가
언급한 것처럼, 흑백논리는 인간의 사고를 단순화시키며 감정 또한 격하게 만든다. 타협과 대화를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전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지도 못한다. 우리 주변으로 밀물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소식들이 있다.
특히 정치
문제가 그것이다. 자신이 정치색을 갖고 있다고 할 때, 과연
그 사상이 정확한 정보와 판단에 의한 것인가. 우리가 듣고 경험하는 모든 사건과 사람들에 대해 과연
그 사실 그대로 내가 해석하고 판단하는가. 그 사실보다는 나의 경험과 편견, 평소 갖고 있는 감정과 상처에 의해 편협되고 왜곡된 인식은 아닌가.
분별없는
사회적 동조현상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이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라 또한 자신이 옹호하는 그룹과 반대하는 그룹
모두 장단점이 있음을 항상 생각하라. 모든 해석과 주장에는 늘 모순이 도사려 있다. 인간은 어차피 모순의 존재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단순히 어느 쪽이
절대로 옳다라고 주장할 수 없다. 우리에겐 화해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이
다를지라도 화해할 줄 아는 사회는 타협이 있고 대화가 가능하다. 아무리 나의 의견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라. 그 호감이란 상대방이 나보다 나은 면이 있음을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에서 온다. 방향없이 흔들리는 잘못된 사회적 동조현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겸손하고 포용성 있는, 자유로운 생각이 중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