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소중함을 아는 것이 축복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한국이나 미국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가정이 한 순간에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한국에서부터 날아온 비극적인 가정 파괴의 소식부터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12월에 기소된 사건은 딸이 엄마를 죽이려고 6,500만원을 주고 청부 살해범을
고용했고, 새해에는 40년을 함께 산 남편을 부인이 청부살해한 사건도 벌어졌다.
첫 케이스는 31살 먹은 여인이 친 엄마를 살해해 달라고 인터넷에서
청부업자를 물색하고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였는데 그것을 알아차린 남편의 신고로 붙잡혔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엄마를 살해하려고
했던 딸이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라는 점이었다. 엄마를 살해하려고
했던 이유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 품에서 자랐는데 엄마로부터 억압적인 훈계를 받아와 무섭고 미워서였단다.
남편을 청부살해한 부인은 남편 몰래 돈을 빌려주었다가 들켜서 부부싸움을 하였는데
빌려준 그 돈으로 청부업자를 고용하여 남편을 살해했던 것이다.
이 두 사건에서 우리는 죽이거나 죽이려고 했던 대상이 삶에서 가장 소중한 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대상이 바로 어머니이고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짐승을 죽이듯 너무나도
하찮은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사람을 죽이고 죽이려다 감옥으로 가게 됐다.
과연 지금이 말세로구나 하는 탄식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 부부가 이혼을 선포함으로 온통 세상이 시끄럽다. 그들의 재산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결혼하면 절반이 이혼하는 나라다. 그러므로 누가 이혼한다는 말이 그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지는 않는다. 이혼이 곧 생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조스는 남들과 다른 면이 많다. 그 거대한 기업을 부인과 함께 창업을 하였고
어려서부터 그 둘은 돈독하게 사랑하여 소중한 가정을 이루어 왔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돈이라고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베조스 같은 사람들을 보면 돈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것 같다. 돈은 너무 많으니 의미가 희석되어버렸고 사랑도 살아오면서 퇴색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무엇이 과연 가장 소중한 것일까?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퇴색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돈의 가치도 사랑의 가치도 결국 퇴색되어버리는 존재라면 말이다. 과연 이 세상에서 그러한 것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그런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신앙이요 믿음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강물처럼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돈도 지나가고 사랑도 지나가고 젊음도 지나간다. 마치 산꼭대기에 떨어진 물방울이 결국에는 바다에 들어가듯 인생도 모든 것을 다 지나보내고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바다에 이르게 된다.
그 때 후회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복된 축복이 아닐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는 그런 것이란
게 없다. 모두가 마지막 그 순간에 후회하게 원망하고 가슴을 치면서 눈을 감는다. 그런 경험을 46년 동안이나 하고 있으니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다.
산다는 것은 곧 죽는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죽는 날과 죽을
때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고 당당하게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복된 기회로 받은 새해에는 우리들의 삶의 질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야 하겠다.
돈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라면 마지막 또 다른 대안을 찾아 소중한 인생을 값지게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진정한 소중함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가장 값진 축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