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목(서북미 6ㆍ25참전 국가유공자회장)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미합중국은 아주 특이하고 재미있는 나라이다. 합중국(合衆國)이란 말
그대로 세계 만방 각지에서 모여 든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따라서 이 나라는 모든 면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그 일부 사례를 고찰해보겠다.
흑백인종이
공존하는 나라
흑과
백색은 완전히 반대 색깔로서 융합이 어려운 두 색채이다. 애당초 흑인은 백인 농장의 노예일꾼으로 팔려와서
인간대접을 받지 못했다.
필자가 6ㆍ25전쟁 당시인 1952년
포병장교로 복무 중 초등군사반과정 이수차 5개월 가까이 미국Oklahoma주 Ft. Sill 소재 미 육군포병학교에 체류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이곳의 모든 공공장소의 대합실, 화장실과 버스에 이르기까지
흑백인 좌석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경이감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우리 동양인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가 의아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의 흑인 처우는 그 후 현저히 개선됐으나 흑백간
문제와 백인 우월주의는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 실상이 근래에도 가끔 표출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인종 갈등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믿어진다.
최고부호(富豪)와 최빈노숙자가 공존하는 나라
최근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를 보면서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생각해본다. 다시 말해 미국 대도시에는 거지(乞人)가 도처에 불법 천막촌을 형성하여 시 당국의 크나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고 부자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노숙자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문제가
날로 확대일로에 있다. 이 노숙자들의 상당수가 전과자요 마약중독자들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버림받은 군상들이여서 별 구제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애틀시와
시민단체들이 이들 노숙자를 위해 여러모로 구호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도와주면 줄수록 타지방에서
몰려들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요즘 이들 일부는 백주에 시내 한가운데서 범죄를 저지르고
상인들의 영업까지 방해하는 등 대담성을 보이고 있어 큰 사회적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최고 부자나라에
최빈 노숙자가 만연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도박장과
대마초(마약?)가 도처에 용인되는 나라
시애틀
길거리에는 도박장과 대마초 판매점이 도처에서 성업을 이루고 있다. 도박에 도취되면 상습도박범으로 전락되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마초의
경우, 연방정부에서는 불법마약으로 취급되나 주정부차원에서는 허용될 수 있는
모순이 있다. 정부당국은 도박과 대마초가 국민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 운영을
위한 수입자금재원(財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필요악 정책이라고 할까?
인권과
인명을 최고로 존중하면서도 총기살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나라
미국인에게
총기는 하나의 필수품목이다. 미국헌법 ‘제2 부가항목’에 국민의 총기 소지권이
보장되어 있다.
여기에 600여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총기협회의 권한 또한 막강하다. 연방과 지방정부에서 총기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매번 유야무야 용두사미
꼴로 끝난다. 뒷골목에서 쉽게 거래되고 있는 총기매매 또한 막을 길이 없다.
2017년
통계를 보면 4만여명이 각종 총기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있고 시애틀을 포함하여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총격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학교에서, 극장 에서, 직장에서, 편의점에서, 각종 집회에서 대형 총격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전투용 자동소총이다. 일반 민간인이 왜 연발 자동소총이 필요한지 필자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1952년
필자의 미국 방문시에 인상 깊게 느낀 것 중 또 하나가 경관들이 휴대하고 다니는 권총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 느낌으로서는 이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나라에 왜 권총이 필요할까였다. 이마도
서부 활극 정신이 그 후예들에게 살아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봤다.
불과 244년이란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의 발전상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신천지
미대륙으로 건너온 이민자중에는 우수한 인재들도 많아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고 그 체제하에서 재량껏 실력을 발휘하여 자동차, 비행기, TV, 컴퓨터 등 현대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기구와 각종
제도를 고안, 채택하여 일약 지구촌의 최고 지도자로 군림하게 됐다.
정치는
물론 경제적 군사적으로도 타국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근래에 와서 미국은 점차 그 위세와 영향력과 삶의 질이 서서히 감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로서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문제점이 있기는 하나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법질서가 확립되어있고 원리원칙이
통용되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은 아직도 희망과 기회의 나라요 소위 ‘American
Dream’을 이룰 수 있는 나라로 오늘도 세계 각지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온 무리(衆)들이 찾아오고 있다. 필자도 독자들도 그 중 한무리 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