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아버지의 회초리
지금도 아버지가 생각나면 어렸을 때 맞은 회초리를 생각하게 된다.
따끔했던 아픔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일이다.
나는 동급생들보다 한 살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 아마 여섯 살 쯤이었을까 싶다.
나는 돌보아야 할 동생도 없는 자유의 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고 동네에 나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것이 일과였다.
그날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잠깐 집에 들렀다.
그런데 아버지가 집에 계셔서 저를 본 후 아버지는 “잘되었구나,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가야 하니 집 지켜야 한다”하시고
나가셨다. 나는
한동안 마루에 앉아 그 누구라도 오기만 기다렸다.
오늘따라 어머니는 어디에 가셨는지, 항상
집에 계시던 어머니도 오시지 않고 집은 적막하기만 하고 파리들만 바쁘게 날아 다녔다.
나는 친구들이 떠들며 재미있게 노는 소리에 정신이 팔려 마음은 거기에 빼앗겨 있었다.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집에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잠그고 나갈까 궁리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
오빠랑 숨바꼭질 하면서 내가 방에 숨었는데,
오빠는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못하도록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안에서 잠갔다는 생각은 잊고, 나는
밖에 있는 방문 고리를 모두 걸고 “검둥이에게 집 밖에 나가지 말고 꼭 집에 있어라” 부탁하고 놀이터에 갔다. 검둥이도 어느새 따라서 왔는지 꼬리를 치며 아이들과 장난을 친다.
나는 노는 재미에 푹 빠져서 집 생각은 깜빡 잊었다.
얼마 후 갑자기 집 생각이 나서 뛰어가 보니 아버지께서 회초리를 들고 계셨다.
변명할 여지없이 “여기 올라서거라” 하셨다.
목침 위에 떨면서 올라가니, “종아리
걷어라”하시고
한번 매를 내리치셨다. 주저앉고 싶었으나 영이 무서워 계속 몇 대를 맞았다.
살갗이 찢어지게 아파서 엉엉 울었다.
아버지께서 “ 너는 두 가지 잘못을 했다.
첫째는 나의 말에 순종하지 않았고 둘째는 문을 잠그고 갔으니 아무 일 없으리라 생각했지? 그런데
밖에서 자물쇠 없이 빗장만 걸고 가버리면 무방비 상태라 ‘도둑이 들어와서 전부 갖고 가세요’라는 것과 흡사한 것이다”고 하셨다. 철부지였지만 따끔한 회초리 교육을 통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잊을 수 없다.
지금도 회초리를 보면 그때 일이 생각난다. 그
사건 후로 나에게 매를 들지 않았으며 나는 부모님 말씀에 순종했고 조심했다.
아버지께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금전 출납부를 쓰게 하셨다. 말이
금전출납부이지 용돈도 아니고 학교에 지출해야 할 학비와 학용품을 사야 할 돈을 주시면서 장부 정리를 시켰다. 귀찮고
싫었지만, 그때의
호된 훈련이 근검 절약 정신이 습관이 되어 인생을 살면서 많은 도움이 되어 아버지를 생각하며 감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