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작품이란 말이 있다.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려면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할지 가늠이 안된다. 한 마리의 여우가 토끼를 쫓고 있었지만, 결코 잡을 수 없었다. 여우는 한끼 식사를 위해 뛰었지만, 토끼는 생존을 위해 뛰었기 때문이다. 이런 간절함이라면 가능할까?
얼마
전, 한국 모 장관 부군의 기사로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그의
오래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은퇴 후, 태평양 횡단 항해를 하는 거였다. 한데 온통 시비를 거는 듯한 내용들뿐이었으니.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자제가 요구되는 때, 공직자의 부군이 수억의 세일링
요트를 사러 도미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국민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느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덤덤하고, 김빠진 맥주처럼 밍밍해질 황혼의 나이였다.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겨우 실행에 옮기려는 찰나, 불거져 나온 소란스러움은 꽤 당혹스러울
법했다.
분명 이런 여정이 호기로이 이루어진 게 아닌 데도 말이다. 청년에게도
망망대해 거친 바람에 이는 풍랑을 맞서기엔 쉽지 않다. 막상 맞닥칠 야생으로의 삶이 얼마나 거칠고 위험할
진 상상만으로 알 수 없다.
남편도
이런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곳, 워싱턴주엔
섬들이 꽤 많으니 배를 타고 한번 유람해 보자는 거창한 계획으로 부엌과 욕실이 딸린 파워 보트를 멋모르고 샀다.
생각만으론 그럴듯했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 하니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고작 반나절의
이동만으로도 120갤론 연료탱크가 절반으로 줄어드니 어디를 갈 수 있겠는가? 기름 먹는 하마라는 사실과 그에 반해 이동 거리는 턱없이 짧았다.
원거리
여행을 위해선 처음부터 세일링 보트를 샀어야 했다. 바람을 다스리며 방향을 잡고 항해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십 년만 젊었어도 한번 시도해 볼 텐데……”하며 애꿎은 나이 탓만 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그런 꿈을 나보다 훨씬 많은 나이의 누군가는 이루려 노력하는 중이다.
편하고
무료한 시간을 경계한다. 타인에 대한 과한 의식을 훌훌 벗어나려 노력한다. 지금 불행을 감당하고 있어도 나중에 많은 이자가 붙는다 생각하며 절대 백기 들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왜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며 현재를 보내겠는가?
아직도 제일 가치
있는 시간은 지금이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이다. 움켜쥔
여유로움 혹은 안락함을 놓아버릴 용기만 있다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