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숙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사람의 그릇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그릇이 있다고 한다. 자기 그릇이 컵인데 항아리 행세를 하다가는 반드시
패망하게 된다. 자기 그릇이 컵이라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한 컵이 차면,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어 흘러 넘치고 그것은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컵으로
태어났으면 컵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길이다.
자기 그릇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욕심에 눈이 어두워 남의 것을 탐내다 사기꾼으로, 더 나아가
살인자가 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남의 그릇을 이용해 권력과 돈으로 야욕을 채우려다 우리 조국인 대한민국을
요즈음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사건이 바로 ‘최순실 게이트’이다.
자기가 가진 그릇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토록 어마어마한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놓고도 영원히 묻힐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 같은 어리석은 판단이 어디 있겠으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라면 눈 앞에 다가올 욕망의 허무를 전혀 모르는 이들일 것이다.
이용한 사람이나 이용당한 사람이나 합작품이 아니고서야 그토록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릇 ‘큰 그릇’이라고
하는 것은 스케일이 크고 사리 판단이 남달라 자신뿐 아니라 주변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
나라의 임금인 대통령이나 정치계, 법조계, 고위공직자들도
자기 그릇에 맞지 않은 자리에 있게 되면 결국은 그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됨을 요즘 절감한다.
최근 사건을 차치하더라도 각종 비리와 성추행 등의 사건으로 패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이
모두가 자기 그릇을 망각해서 일어난 결과물이다.
‘사람의 그릇’은 가족에서도 중요하다. 부모나 자식, 남편과 아내 등 그 어떤 위치나 관계 속에서라도 자기
그릇을 소홀히 여기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자 진리다.
우리네 삶과 관계 속에서도 땀 흘려 얻은 소득이 아니면, 내 것이 아닌 법이다. 내 그릇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며 감사할 때,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간다운 자세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위태롭다. 자고 나면,
아니 TV나 인터넷만 켜면 엉뚱한 비리들이 터져 나와 나라를 흔들고 있다.
경제난과 청년 취업난 등은 산재해 있는데 국민의 세금을 좀먹으며 싸움판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다 미사일을 쏘겠다고
협박하는 북한 김정은까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나 자신은 물론 주변, 그리고 조국 대한민국을 조용히 되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자기 처지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가리켜 ‘주제 파악도 못한다’고
한다. 자기를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자만과 오만으로 자기를 잃고 만다. 세상에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팔다리가 없거나 무서운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
배고픔에 허덕이는 형제들이 지천에 있다. 주위를 살피고 돌아보며 오늘도 내게 주신 그릇에
감사하며 더불어 나누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이 신께서 추구하는 인간상이 아닐까 한다.
이와 더불어 공동체의 일원으로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잘된 것은 칭찬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가는 시민과 국민의 의무와 책무일 것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 쓸데없이 남의 그릇과 비교하거나 탐을 내 자기 그릇조차 깨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