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한인 정체성의 베일을 벗기며’
내년 6월21일까지 7개월 대장정 들어가
시애틀 한인사회와 함께 2년여 동안 준비해온 윙룩박물관의 한인
특별전이 드디어 개막해 7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보자기: 한인
정체성의 베일을 벗기며’(Bojagi: Unwrapping Korean American Identities)라는 제목을 달고 13일 저녁 개막 리셉션을 시작으로 내년 6월21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회는 당초 알려진 ‘한인 이민사특별전’이라기 보다는 미주 한인, 또는 서북미 한인 특별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서북미 한인 이민초기인 60여년 전의 사진과 당시 생활용품 등 이민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자료도 많지만 현재 당면 문제인 서북미 한인들의 정체성,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것을 생각해보도록 기획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아시아 전문의 윙룩박물관이 한인 이민사연구 편찬회(회장
정문호)와 손을 잡고 기획했다. 한인 이민사연구 편찬회의
이익환 전 회장과 부인 박귀희씨, 사무총장인 배마태, 홍승주ㆍ홍경림씨
등은 물론 한인 2세 위주의 위원회가 가동됐다.
한인 1~2세 연합 단체인 한미연합회 워싱턴주 지부(KAC-WA) 신광재
이사장과 부인 신도형씨, 이들 부부가 관여했던 타코마한인회 및 대한부인회 등도 적극 참여해 전시물품
등을 모으는데 힘을 보탰다.
한국일보 시애틀지사도 이민 초기 한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35년전의 신문철을 내놓고 물품 모으기 캠페인을 벌였으며, 코너스톤
메디컬서비스,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도 동참했다.
이민초기 사진ㆍ현재 모습 통해 정체성 찾아
명문장인 설명문 천천히 읽으며 의미 되새기길
특히 이번 전시회 기획에 앞장섰고 한글 설명문을 작성한 워싱턴대학(UW)
한국어 교수인 김수희 박사는 “미주 한인들은 다양한 천 조각을 한 땀 한 땀 이어 독특한
무늬로 만든 보자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주 한인은
일제 식민주의와 전쟁, 인종갈등과 이민의 역사로 빚어진 한과 고통, 억압의
의식으로 물든 집단이며 일반 대중이 인식하듯 근면ㆍ자기희생ㆍ학구열 등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주 한인이 개인이고 공동체이며 복합적이고 모순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소중한 내용물을 빠짐없이 감싸고 보호하는 보자기와 같이 ‘한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포괄적, 개방적, 수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번 전시회는 이 같은 접근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를 위해 이익환 전 회장이 1967년 유학 올 때 어머니가
싸줬던 커다란 보따리(보자기로 싼 뭉치), 전계상 전 시애틀한인회장이 1948년 워싱턴대학(UW)으로 유학을 왔을 당시의 사진 등 한인 이민역사와 인구, 종교, 음식, 한(恨), 김치, 신문, 한국어,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사진과 설명문들이 잘 곁들여져 있다.
이날 개막 리셉션에는 시애틀 한인이민사에서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는 김혜옥 시애틀부시장이 나와서 5살 때 이민 와서 11살 때 한국을 다시 찾았으며, 그 후 27년 뒤인 올해 한국을 방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인의 이민초기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유물
등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지만 김수희 교수가 쓴 명문의 설명서도 천천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한인
특별전은 유료이며 매월 첫번째 목요일과 세번째 토요일은 무료로 개방된다.
<윙룩박물관 한인특별전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