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몬드에 본사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사진 위)가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사퇴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직원미팅 강연을 마치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삼키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6일 시애틀 센터에 있는 커어리나에서 열린 연례
직원 미팅에는 1만3,000여명의 임직원이 자리를 함께 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도 발머의
등장은 평소처럼 화끈했다. 큰
몸집을 흔드는 이른바 ‘멍키 보이 댄스’라고 불리는 막춤을 추며 회사에
대한 열정을 풀어내는 프리젠테이션으로 유명한 그는 이날도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노랑색 티셔츠 차림의 발머는
시애틀 출신 랩퍼와 프로듀서 듀오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노래
‘캔트 홀드 어스’를 배경으로 무대에 등장해 화끈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혁신을 계속할 것이며
전 세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한 뒤 “우리 앞에 믿기도
힘들만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창업주 빌 게이츠
회장이 MS초창기인 지난 1983년 직원회의에서 언급했던 문구이다.
발머는 자신이 스탠포드대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하고 1980년 회사에 입사한 사연도 소개했고 컴퓨터에 대한 자신의 열정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사를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좀 더 혁신적 기기와 서비스 중심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계획이 회사를 더욱 강력하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머는 “애플은 온통 유행을 쫓고 있으며 아마존닷컴은 싸게
움직이고 구글은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만 MS는 ‘더 많은 것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을 믿고 미션을 믿는다”며 MS에 대한 그의 열정과 믿음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어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수년 동안 위대한 기업이었고 앞으로 더 오랜
기간동안 위대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사실상 직원들에게 남긴 고별의 말인 셈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발머는 영화 ‘더티댄싱’의 피날레 노래인 ‘더 타임 오브 마이 라이프’를 배경으로
무대를 떠났고 직원들은 그에게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MS직원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은 MS
본사가 있는 레드몬드와 벨뷰 등에서 시애틀까지 버스 220대를 타고 이동해 시애틀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MS 쇠퇴 발머의 혼자만의 책임일까?"
이 같은 연례
모임이후 미국 언론들은 발머의 퇴장에 대한 분석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발머의 퇴장은 결국 모바일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면 MS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발머만의 잘못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의 판단착오가 있었던 것일까. MS의 퇴조는 발머가 아니라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IT전문매체 기가옴의 선임기자인 바브 대로우는 “발머는 게이츠가 회사를 잘못된 길로 빠져들게
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게이츠의 사업전략이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분쟁을 일으켰고,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로우는 또 “게이츠가 지나치게 윈도 비스타에 집착을 보인 것이 MS가 모바일에 소홀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MS가 크나큰 실패를 맛본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를 내놓은 시점이 아이폰이
출시된 해와 같은 2007년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IT전문매체 컴퓨터월드는 “빌 게이츠가 만약 인터넷에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구글은 창업 초기에 망했을 것”이라면서 “윈도를 기반으로 브라우저(인터넷 접속프로그램),
오피스 같은 연관 시장으로 확장하는 MS의 전략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발머 CEO는 사실상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월가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와의 대화에서 “2000년대 초 윈도(운영체제)에만 집중한 나머지 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쏟아 붓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을 가지고 나왔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다며
평가절하했던 발머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 앨런 멀럴리 CEO 차기 MS CEO로 급부상
한편 7년째 포드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 사진 아래)가 발머에 이어 차기 MS CEO로 낙점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IT 전문매체인 올싱스디는 26일 멀럴리 CEO가 차기 MS CEO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올싱스디는 소식통을 인용해 처음에는 멀럴리 CEO가 다소 주저했지만 최근에는 MS CEO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MS CEO 하마평이 처음 나왔을 때 멀럴리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4년까지 포드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MS CEO직을 고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에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MS에 넘긴 스티븐 엘롭 전 노키아 사장이 유력한 MS CEO 후보로 부상했지만
그가 최근 1880만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퇴직 성과금을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또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을 회생시키지 못한 실패한 경영자인 엘롭 전 사장이 MS 수장이 되는 것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