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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13 01:38
[글로벌뷰]트럼프가 좀 더 일찍 마스크를 썼더라면…
美 CDC 권고 99일 만에 공개석상서 착용 코로나19 누적 확진 10배, 사망 20배 늘어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아직 이렇다 할만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쉽고 간편한 예방책으로 꼽히고 있는 건 바로 '마스크 착용'이다.
그러나 전 세계 210여개 국가 가운데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미국에서 최고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 예방용 마스크를 쓰기까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 4월 초 관련 지침을 개정해 미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99일 만인 이달 11일(현지시간)에서야 메릴랜드주 소재 월터 리드 국립 군병원 방문과정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을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월 방문객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던 미시간주 포드자동차 공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언론에 즐거움을 주지 않겠다"며 애써 언론사 카메라를 피해 마스크를 쓰는 등 '기싸움'을 벌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마스크를 눈 밑까지 끌어올린 그는 '마스크 착용에 담긴 메시지기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시기와 장소가 있다"며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CDC의 마스크 착용 권고에 "난 그러고 싶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온 것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부터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선하고 저들은 악하다'는 편 가르기 정치를 강요하면서 모든 사안을 정치화해왔다. 올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그는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이 같은 기질을 십분 활용, '마스크 착용=반(反)트럼프'란 정치적 프레임까지 만들어냈다.
앞서 미 퀴니피액대학이 5월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민주당 지지자는 87%가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에 찬성한 반면, 집권 공화당 지지자는 그 비율이 40%에 그쳤던 상황. 이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질문하는 기자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느냐(You want to be politically correct)"며 대놓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은 "병원 방문"이란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긴 하나, 일각에선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좀 더 일찍 마스크를 썼다면, 좀 더 일찍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을 인정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질문도 나오고 있다.
CDC가 마스크 착용 권고안을 발표했던 지난 4월3일 당시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7만5000여명, 사망자 수는 7000여명 수준이었지만, 이달 12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그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341만여명, 사망자 수는 20배 가까이 증가한 13만7000여명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평론가이자 코미디언인 딘 오베이달라는 CNN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옳은 일'을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 권고를 거부한 건 그가 대통령으로서 했던 일 가운데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