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목회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인생의 가치관을 똑바로 정립하고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멋지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남보다 조금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은근히
자랑하며 갑질을 하고 교만하게 으스대며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런 것들을 초월하고 초개같이 포기해버린
목회자의 눈으로 볼때 바로 그런 사람들이 가장 불쌍하고 초라해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런 사람들이 죽어서 장례예배를
인도해야 할 때가 가장 서글프다.
뭔가 조객들에게 고인의 덕담을 해주어야 하는데 해줄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을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최소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나만
울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웃고,
내가 죽었을 때는 나만 웃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울어주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땅에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또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유명한 리서치기관인 퓨 리서치에서 지난 1년 동안 미국인들은 과연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결과 미국인들의 69%가 “가족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부여해준다”고 응답을 했다. 다음으로는 경력(34%), 돈(23%), 신앙(20%),
친구 및 취미(19%), 건강(16%), 집과 주변 환경(13%),
배움(11%)이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종교적 신앙에서 상당량의 의미를 찾는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의 원천이 신앙이라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미국인들의 20%는 종교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수입이 많고 교육 수준이 높은 미국인들이 수입이 적고 교육 수준이 낮은 미국인들보다 우정과 건강, 안정과 여행을 더 중요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무신론자들은 활동과 재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반면, 복음주의자들은 대부분 신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복음주의적 개신교인의 43%는 영성과 종교적 신앙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응답했다. 무신론자들 가운데
37%는 돈, 32%는 활동과 취미, 13%는 여행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답했다. 정치적 보수파(38%가 진보파(8%)보다 훨씬 더 많이 신앙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이는 2017년 9월 14일부터 28일까지 4,867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또한 2017년 12월 4일부터 18일까지 4,729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우리는 더 잘 살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고 이곳 미국까지 이민을 왔다. 과연 우리는 지금 우리들이 미국에 올 그때의 삶의 기대와 꿈을 실현하고 있을까?
먹고 사는 것이 우선순위라 자식들을 돌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한 가족이 한 상에 둘러 앉아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밥보다 더 귀한
사랑을 먹으며 그렇게 살아보지도 못한 채 아이들은 커서 둥지를 떠나고 우리는 이제 저만큼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던 나이를 먹으며 메디케어에 의존하고
SSI를 기다리는 그런 지경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이것이 인생이다. 전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서 바다에 이르고 마는 것이기에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과연 우리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말이다.
언제나 인생은 어리석고 미련해서 가장 소중한 그것을 소중한지도 모른 채 떠나보내고 난 다음에야 그것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해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것은 그냥 늙어가는 것만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분명 돈보다, 명예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이 고백한 것처럼 ‘가족’이 바로 그 소중한 가치다. 소원했던 가족 관계를 새롭게 회복하고 더 많이
이해해 주고 더 많이 사랑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야 하겠다. 부모가 떠나시고 난 다음에 꽃을 들고 무덤으로
찾아가는 것 보다 살아 생전에 된장찌개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는 것이 실속 있는 효성이다.
다 내려놓고 그냥 사랑하자. 내가 다가서면 상대도 다가올 것이다. 그래도 가족인데 무슨 자존심이 필요하고 손익계산이 필요하겠는가?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 새해에는 가장 소중한 그것을 붙잡는 용기와
결단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