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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21 13:43
눈산조망대/ 탈북과 ‘탈 헬 조선’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697   추천 : 0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탈북과 ‘탈 헬 조선’

 
워싱턴주 서남부에 ‘배델’이라는 마을이 있다. 1평방마일이 채 안 되는 면적에 인구가 고작 614명이다. 만약 워싱턴주에 ‘배달’이라는 도시가 생기고 주민이 모두 배달민족 후손으로 채워진다면 ‘배달’은 시애틀스포캔타코마에 이어 워싱턴주의 4번째 대도시가 된다. 빈 말이 아니다. 사이러스 하빕 부지사가 지난 13일 ‘한인의 날’ 행사에서 그렇게 갈파했다.

한인의 날 축제는 매년 113일에 열린다. 1903년 한국인 노동자 101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 도착한 날이다. 완전숫자인 100보다 1이 더 많은 101은 넘쳐흐를 만큼 충분함을 뜻한다.

지난 114년간 미국의 배달민족은200여만 명(한국정부 집계)으로 20만 배나 늘어났고, 워싱턴주에만15만여명이 살아 제4의 도시를 이루고도 넘쳐흐를 정도가 됐다.

지구촌 시대인 요즘엔 이민의 개념이 마치 돈 싸들고 환경이 더 좋은 나라로 이사 가는 것 마냥 변색됐지만 원래 한국인들의 이민은 거의 유일한 생존방법이었다

일제가 한반도 및 동아시아를 본격 공략한 조선 말기부터 수탈과 절대빈곤에 시달린 수많은 동포가 문전옥답을 빼앗기고 중국의 북간도와 러시아의 연해주 등 박토로 자의반, 타의반 밀려나갔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101명에 이어 1,033명의 노동자 및 가족이 멕시코의 에네켄(용설란의 일종) 농장에 2년 후인 1905 44일 도착, 중남미 한민족 이민의 효시가 됐다. 밧줄 제조의 원료인 에네켄 수확작업은 사탕수수보다 훨씬 힘들고 보수도 형편없이 적었다. 이들 중 일부가 쿠바로 건너가 모진 고난을 겪으며 현존하는1,000여 동포의 조상이 됐다.

일제 식민통치 기간엔 총 1,000여명의 소위 ‘사진 신부’ 색시들이 살길을 찾아 하와이와 본토로 시집왔다. 유학생상인정치난민 등600여명도 이 기간에 들어왔다. 특히 한국전쟁 종전 후10여년간 전쟁고아 6,300여명, 국제결혼 한국여성 6,500여명 및 유학생연구원의사 등 6,000여명이 미국에 들어왔다고 유의영 박사(Cal-State, LA 명예교수)는 밝혔다.

실패작이긴 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각국의 농지개간 이민도 역시 한국이 가난했던 1960년대 초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서독 탄광에 8,000여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했고, 1970년대엔 간호사 1만여명이 독일 병원에 취업했다. 이들 광부와 간호사들 중 약 절반이 계약만료 후 독일에 정착했고, 나머지 상당수도 미국과 캐나다로 재이민했다.

미국 이민법이 1965년 대폭 완화돼 가족이민 문호가 열리면서 한국 이민자들도 몰려왔다. 밀입국자도 꼬리를 이었다. 하지만 1987 38,000여명으로 피크를 이룬 한국 이민자들이 모국이 잘 살게 되면서 크게 줄었다. 1998 IMF 금융위기 때 반짝 늘어났다가 그 후 다시 감소추세다. 일부 졸부들은 재미동포를 ‘재미똥포’나 ‘미국거지’로 폄훼하기 일쑤다

그렇게 잘 사는 한국의 분위기가 지금 심상치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이 해외이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히 20대 비율이 73.7%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72.4%로 두번째였다. 이유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떠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가 51.2%로 가장 많았다. 이민 희망국은 캐나다(22.1%), 호주(14.4%), 미국(11.3%) 순이었다.

‘헬 조선’이라는 요상한 신조어도 크게 유행한다. 특히 20~30대 젊은층 사이에 회자되는 이 단어는 ‘헬’(hell: 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다. ‘지옥 같은 조선’이라는 뜻인데 그 조선은 김정은의 조선 인민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다. ‘망한민국’ ‘개한민국’ 등 파생어도 있다. 젊은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며 탈북자들처럼 ‘탈 헬 조선’을 꿈꾼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한국 젊은이들이 부모의 권력과 재력에 따라 금수저은수저동수저똥수저로 분류된다는 자조도 있다

단순 불만이 아니라 국가나 기성세대에 대한 적대감 수준이다. 그래서 걸핏하면 광장이 촛불바다가 된다. 좁은 땅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해외 이민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워싱턴주에 두번째 ‘배달’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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