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책과
인생
얼마 전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군사학교를 방문했을 때 생도
한 명이 장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장관님께서 미 국민들에게 모두가 다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 무슨 책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매티스 장관은 “쉬운 질문은 아니다”면서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로마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입니다. 매티스는 이 책을 전투 중에서도 읽으려고
배낭 속에 넣고 다녔다고 했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뛰어난 군 지휘관이면서도 엄청난 독서량에 자기 절제 스타일로 미군 내에선 ‘수도승
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를 미 국방장관으로 처음 대했던 전직 정부 고위인사는 “교양
있는 노신사와 대화하는 듯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매티스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고생을 많이 했다. 로마 황제였지만 가정에선 모든 게 제대로 되진 않았다. 부인과
아들은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평생을 제국을 지키려고 변경에서 보냈다. <명상록>을 읽으면 삶이 고되었지만, 겸손과 존엄을 잃지 않고, 조국과
자신의 부대에 충성했던 그를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입니다. 책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책은
이렇게도 자신을 연마하고 삶의 목적을 좇게 하며 겸손과 존엄을 잃지 않게 하는 놀라운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불행은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우려고 하는 겸손한 제자를 만나보기가 어렵습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참으로 겸손하고 덕과 인품을 제대로 갖춘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보기가 어렵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자기도취와 교만에 빠져 스스로 잘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매티스도 아마 지휘관으로서 많은 휘하 사람들을 만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망각한 채 잘난 척 하는 것을 목도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미국인들이 단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대답해 주었을 것입니다. 책보다 자신을 바로 알고, 바로 깨닫고 신선한 변화를 만들어 주는 능력도 없습니다.
필자는 최인호의 <상도>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인
임상옥이라는 사람은 불교에 심취하고 그 도를 따르기위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했던 애첩도 버리고 평생을 투자해 일궈 놓았던 그 모든
재산을 물과 같이 쏟아버리고 초야에 들어가 수도승과 같이 살아가는 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배우고 깨닫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울어주고 추억해주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이 소박하고도 평범한 삶을 비범하게 살아보려고 노력조차 하는 이들을 만나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자기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도 자신을 모르고 또한 자신을 제대로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거울이 바로 책입니다. 삼라만상이
아름답게 붉음의 옷으로 갈아입고 오늘 우리들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제발 좀 깨닫고 변화하라”고 말입니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의 공통분모가 바로 자신을 영웅시하는 오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혜자 솔로몬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16:18)고 말입니다.
우리들
속에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교만과 욕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해서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책이라는 스승은 이것을 깨우쳐 주고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같은
책을 스승으로 삼고 겸손하게 머리 숙일 줄 아는 진정한 멋쟁이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